역사에 새로운 장으로 기록될 제19대 대통령선거가 5월 9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따른 궐위선거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와 역사 안에서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나타난 정치적·사회적 분열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선거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런 까닭에 가톨릭교회도 선거 국면을 맞아 세상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른다고 고백하는 신앙인들조차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개인적 연고가 있는 사람 등을 선택하는 이른바 ‘묻지 마 투표’를 해왔던 면이 없지 않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세상 속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의 뜻을 가볍게 넘겨왔던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주님의 뜻과 가르침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발전시켜야 할 책무가 있는 존재들이다. 교회에서 말하는 발전은 세상 속에서 주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세상 속에서 펼칠 수 있는 소중한 수단이자 기회라는 생각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 물론 지금과 같이 정책 대결이 실종된 상황에서 주님 뜻에 맞갖은 일꾼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한 나라의 국민이기에 앞서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라는 의식이 요구된다. 선거는 사회 모든 분야가 하느님 가르침에 맞갖게 나아가도록 돕는 협력자를 뽑는 ‘복음화’의 한 여정이다. 이 때문에 교회는 선거 참여가 권리를 넘어선 ‘의무’라고 강조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시대의 요청일 뿐만 아니라 신앙의 요청이기도 한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