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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하느님을 갈망하는 할머니 /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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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회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마침 미사가 시작되려던 참이었지요. 그런데 제 앞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휠체어에 앉은 백발의 할머니께서 몸이 불편하신지 계속 앓는 소리를 내셨어요. 한눈에 보기에도 건강이 나빠 보였습니다.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미사 참례도 중요하지만, 우선 아프신 분을 도와 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 담당자들은 왜 아프신 분을 쉬시게 하지 않고, 굳이 성당으로 모시고 온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미사가 시작됐습니다. 입당하신 신부님이 기도를 하셨고, 신자들이 응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어요. 자세히 들어보니 휠체어 할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앓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가 정성껏 응답을 하고 계셨어요! 기운이 없어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분명하게 응답하고 계셨습니다. 참회의 기도를 할 때도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제 큰 탓이옵니다”라고 힘주어 말씀하셨고, 신부님이 성체를 주실 때도 감격스런 목소리로 “아멘!”이라고 하셨어요. 제 몸 하나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 보이던 할머니, 그분이 간절한 맘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을 보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나는 언제 저렇게 하느님을 갈망하며 살았나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그리고 습관처럼 미사를 드리고, 당연한 듯 성체를 모시는 저를 반성했습니다.

미사가 끝난 뒤, 홀로 성당에 남아 기도했습니다. 오늘 만난 할머니가 더 많은 날 동안 미사를 봉헌하실 수 있기를, 저 또한 그분처럼 하느님을 갈망하는 할머니로 늙어갈 수 있기를 말입니다.


윤성희(아가타) 손편지 강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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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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