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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사람들은 무지개 / 한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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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치유의 동화 같은 곳을 도시에서 찾는다면 성당이다. 나이가 들며 어느새 놀이터를 잃고, 소풍을 잊은 어른에게 성당은 다시 아이가 된 듯 심신을 온전히 기댈만한 일상의 낙원이다. 무지개 빛깔의 스테인드글라스, 모두의 그림자마저 화사하게 매만지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성당의 조용한 자태는 따스한 포옹처럼 고단한 사람들을 위로한다. 아스팔트 정글이 된 냉정한 도시에서 주님의 체온이 닿은 성당이 존재한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미국 LA에 있는 성 그레고리 성당은 어머니 별세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들어선 곳이다. 흰 국화송이 곱게 감싼 채 떠나신 어머니. 지금은 고향땅 양지바른 곳에 고이 잠들어 계시다. 어머니 생전에 손잡고 성당 가는 일을 왜 망설였는지, 돌아가신 후에야 사뭇 후회로 남겨졌다.

낯선 거리를 걷다가도 머뭇거림 없이 들어설 수 있게 포근히 환영해 주는 공간이 성당이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를 주보성인으로 삼은 명동대성당의 고딕 양식이나 전주 전동성당의 로마네스크 양식이 보여주는 경건한 웅장함, 그런 규모가 아니어도 모든 성당은 사랑스러운 온기가 배어 이방인들도 상냥히 받아들인다. 노트르담 대성당처럼 명작의 배경이 되거나 밀라노 대성당처럼 세계 최대의 거대함이 없어도, 성당은 어느 곳이든 다정함과 높은 신성함이 공존한다. 타지의 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성당만큼은 항상 휴식의 공간으로 우리에게 열려 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무지개를 닮은 이유는 어쩌면 그 일곱 가지 밝음으로 인간의 일곱 가지 죄를 살피려는 뜻일지도 모른다.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의 마음마다 늘 무지개가 뜬다.


한분순(클라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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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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