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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우리민족의 성가정성당 /윤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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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에 가면 공사가 진행 중인 성당이 하나 있다. 그래도 여행객들의 입장은 허용된다. 들어가서 성당의 첨탑 끝을 바라보면 스테인드글라스에서 굴절돼 발하는 빛의 파장에 압도되며, 독특한 건축양식이 주는 경이로움에 경외의 전율이 머리끝까지 넘쳐흘러 하늘에 가닿을 정도다. 전통에서 전위적으로 변용된 고딕양식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라톤경기, 영광스러운 황영조 선수가 힘차게 고색창연한 거리를 달릴 때 우리는 중계를 통해서 그 성스런 성당의 존재를 알게 됐다.

성가정성당(Sagrada Familia)이다. 착공연도는 1882년, 현재까지 135년간 건축 중이다. 옛날보다 과학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세의 대성당들보다도 오래 걸린다. 설계자는 ‘하느님의 건축가’라는 칭송을 받는 천재 안토니오 가우디다. 바르셀로나에 그의 건축물은 성가정성당뿐만이 아니다. 구엘공원, 카사밀라, 카사바트요…. 가우디의 뒤엔 예술을 이해하는 든든한 후원자 구엘이 있었다. 오늘날 바르셀로나를 세계 최고의 여행도시로 만들어 풍요롭게 가꾼 사람이 가우디와 구엘이라고 해도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가우디는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다. 그의 작품엔 직선이 없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하느님의 선”이라는 명언을 남겼을 정도로 그에게는 부드러움의 철학이 있었다. 그는 너무 검소했으며 성가정성당에 몰두해 건축현장의 폐기물 가득한 지하실에서 매일 새우잠으로 지새웠다고 한다. 그가 성당 앞에서 전차에 치여 하늘로 떠났을 때도 너무 행색이 초라해 시당국이 처음엔 걸인인 줄 알았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그의 존재를 확인했다.

왜 그렇게 건축이 오래 걸리는 걸까? 그에게는 ‘하느님은 서두르지 않으신다’라는 철학이 있었다. 하늘의 예술가답게 하느님의 창조정신을 천천히 실천했던 것이다. 에스파냐는 700년 동안이나 아랍의 식민지로 고난받았다. 신실한 천주교도였던 이사벨 여왕이 내세운 국토회복운동(reconquista)의 구호로 이베리아반도는 하나 돼 1492년 1월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방은 현재까지도 분리독립이 논의될 정도로 스페인과는 이질적이다. 문화는 물론 언어도 다르다. 프리메라리가에서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가 붙으면 전쟁분위기다.

베트남전쟁과 더불어 20세기 최악의 비극인 스페인내전을 가우디는 예견한 것이 아닐까? 그는 성가정성당을 바르셀로나만이 아닌 이베리아반도를 넘어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지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정신대로 아직도 지어지고 있다. 성가정성당은 가우디가 선종한 지 100주년이 되는 2026년 6월 10일 완공될 계획이다. 재정난으로 여러 번 어려움을 겪었기에 지켜질지 모르지만 기도해야겠다. 우리나라도 2017년 역사가 크게 바뀐 만큼 2026년이 되면 큰 성가정성당이 완공되지 않을까?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아름다운 성가정성당을 짓는 마음으로 부드럽고 천천히 이뤄나가야 한다.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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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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