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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리빙스턴교의 슬픈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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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현충일이 오면 전적지를 찾아 가신 님들의 숨결을 더듬어 보지 않고는 못 배긴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10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합강3리 인북천, 인제지구 미군이 인민군과 교전 중 당시 포병대대 대대장인 리빙스턴(Livingstone) 중령이 이끄는 포병 병력이 퇴각하게 되었다. 교량이 없는 데다, 홍수로 강물이 불어 급류인 인북천을 도강하는 중 인민군의 기습공격으로 몇 개 중대원이 희생되고, 많은 보급품과 전투 장비를 잃었다. 처참한 인명 피해를 입고서도 전우의 시신을 강바닥에 버려둔 채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인북천은 붉은 피는 사라지고, 분단의 한을 안은 채 무심한 강물만 말없이 흘려간다.

중상을 입고 미국에 돌아간 리빙스턴 중령은 인북천에 교량을 놓아줄 것을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그 유언에 따라 1957년 12월 4일 그곳에 다리를 건설해 ‘리빙스턴교’라고 명명했다.

6·25전쟁 때 139명의 미군 장성의 아들이나 조카들이 참전했으며, 이 중 35명이나 전사하거나 부상당했다. 국군이 우리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 피를 흘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지 자유 수호를 위해서 유엔 참전국 전우들이 이역만리 한국 땅에 와서 꽃다운 젊음을 희생했기에 오늘날 우리가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예술계에서, 스포츠계에서, 학계에서 국제적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데 정작 지도층들은 탈법으로 국위를 훼손시키고 있어 가슴 아프다. 최근 병무청 통계에 의하면 고위직 10명 중 4명이 병역 면제 또는 기피 등 국방의무를 불이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방위산업체와 짜고 부까지 챙기다가 망신당하거나 후배 여군을 성희롱하는 등 각종 탈법과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고도 고개를 들고 활보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리빙스턴 중령은 한국을 위해 부상당하고 사재까지 털어서 다리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부패한 우리나라 지도층은 무슨 낯으로 애국선열들을 뵈올 수 있단 말인가.

오늘도 국립현충원의 진혼곡은 메아리치는데 마음이 부끄러워 발걸음이 무겁다.


고재덕(안드레아·서울 세종로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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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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