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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폭염경보 해제 / 황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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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를 버티기 위해 냉방만 생각하고 주일미사에 일찌감치 갔다. 시원한 성전에 앉으니, 얕은 속이지만 미사시간이 길어져도 불평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바오로딸 수도회에서 출판물 홍보를 위해 왔다고 미사 전에 예고했다. 나는 절대 안 살 것이라 다짐했다. 집에 넘쳐나는 책을 정리하는 것도 골치다.

복음봉독 후, 강론 대신에 수녀님 두 분이 동극을 보여주었다. 눈먼 바르톨로메오가 예수님을 만나 눈을 뜨는 내용. 오디오 소리에 맞춰서 두 수녀님이 제대와 신자석을 누비며 열연했다. 어쩌면 그렇게 역할을 잘 살리는지 탄복했다. “바르톨로메오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는 예수님의 음성이 들리고, 수녀님 둘이 얼싸안은 클라이맥스에는 성전을 꽉 채우는 박수가 쏟아졌다.

본당 신부님은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고 바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자고 이었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 나는 그만 가슴이 먹먹해서 사도신경을 외울 수가 없었다. 울컥. 소임을 위해서 몸을 던져 연기한 수도자들을 생각했다. 냉방을 위해 주일미사에 왔던 나는 예수님께 나아간 바르톨로메오와 달랐다. 눈이 멀었었다. 진정하며 주님께로 마음을 모았다.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영성체 후 묵상 때는, 한 수녀님이 기타를 치면서 단아하게 노래를 불렀다. 대녀에게도 책을 선물하자는 생각이 퍼뜩 났다.

미사 말미에, 두 수녀님이 탐정복장을 하고 또 무대에 올랐다. 색안경에 큰 가방도 메고, 콩트로 본격 홍보를 펼쳤다. 가방 속 책들과 음반으로 시선을 끌었다. 나는 여러 권을 사야겠다고 홀딱 넘어갔다. 수녀님 세 분이 폭염경보를 해제시켰다.


황광지(가타리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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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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