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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진실과 거짓 그러나 진심 / 손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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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One Young World)가 아일랜드 더블린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됐다.

세계적으로 유망한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그들의 경험과 성공사례를 나누며 글로벌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제7대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대회에서 아일랜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메리 로빈슨과 함께 연설을 하기도 했다.

평화학을 공부하러 더블린에 간 나는 학교의 배려로 이 회의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갈등과 평화 부문에서 고운 한복을 입은 소녀가 등장했다. 학교 친구들 뿐 아니라 주위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서도 한국인을 찾아볼 수 없었기에 매우 반갑고 궁금한 마음으로 큰 대회장 한 편에서 무대에 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국국적을 지닌 북한이탈주민으로 미국에 거주하며 자신의 탈북경험을 증언하러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의 끔찍한 탈출 상황과 어머니의 성폭행 피해에 대한 증언에 이르렀을 때에 나를 포함한 주위의 관중들 모두 충격과 놀라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그 자리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내가 눈물을 펑펑 쏟아내자 주위의 친구들이 나를 안으며 위로해주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그녀를 만나 어떤 위로든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다음 분과 시작 전에 무대 뒤편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당시 그녀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미국에서 그녀와 같이 온 친구를 통해 이메일 주소를 받아 내가 할 수 있는 응원과 축복의 이메일을 보냈다. 북한과 북녘의 어린이에 대한 나의 마음이 자라는 중에 그녀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던 경험은 나에게는 운명과 같은 소명으로 느껴졌다.

마침 한국에서 북한학 과정을 마치고 탈북민과 생활했던 예수회 수사님이 아일랜드에 공부하러 오셔서 알고 지내던 터라, 그 감동을 나누고 싶어 급히 약속을 잡고 흥분과 열정에 막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런데 그분의 표정이 평소와는 달리 느껴져 물었더니, 탈북민들의 증언이 어떤 경우에는 자기 세뇌처럼 과장되기도 하고 벌이를 위해 살아남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이면을 지적을 하셨다. 그렇지만, 내가 느낀 그 감동과 진심을 잃지 말고 소중히 간직하라고 당부하셨다.

그녀의 증언과 삶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나에게 다가온 진심은 북녘의 사람들을 향한 내 마음의 자리가 더 깊어지도록 다져주었다.

결국 나는 그 마음을 이어 북한아동인권에 대한 연구를 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의 평가, 그리고 세상의 유명세를 탄 전문인의 시선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내가 간직할 것은 한순간일지라도 한 사람, 한 사안에서 느낀 진심이다. 혹여 진심이 진실에서 오지 않았더라도, 내 안에서 진실로 피어날 수 있는 그 순간들을 기대한다.


손서정(베아트릭스) 평화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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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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