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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평화의 집 / 손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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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이면 각 국가와 단체에서는 신년사를 발표해 한 해의 계획과 소망을 전달한다. 특히 접근 경로가 제한된 북한의 경우, 신년사는 그해의 정책과 기조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분석 통로로 이용되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킨다.

올해 2018년 1월 1일에 맞이한 신년사는 작년 내내 전쟁의 기운에 시달리던 한반도의 전반적인 기류가 달라질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전례 없이 유화된 어조와 단어 선택으로 평화를 말하며 남북 간의 협력과 대화를 제시했다. 이에 바로 다음 날 우리 정부는 남북 고위급회담을 제의하고, 1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나 2년 만에 활발한 대화를 나누었다.

‘평화의 집’은 20년 전인 1998년에 ‘20세기의 마지막 전위예술’이라는 세계적인 평을 받은 소떼방북 때에 기자회견을 한 장소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이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소를 판 돈 70원을 가지고 가출한 청년이 그때 그 소 1마리를 500마리의 소로 빚을 갚으러 간다고 표현했다. 더불어 꿈에 그리던 고향을 찾아가는 이 길이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당시 민간인이, 그것도 육로를 통해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던 때였다. 더구나 소떼 방북은 기상천외한 발상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미 7년 전에 소를 기를 것을 제안했고, 방북 시에 전달한 소는 특별히 새끼를 밴 암소를 최대한 많이 포함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1998년 2차례에 걸쳐 총 1001마리의 소를 전달할 때에도 1이라는 숫자를 더해 지속되는 연결성을 부여했고, 당시 소떼를 이동시킨 트럭은 아직도 지속적인 관리를 거쳐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다니 세심한 계획과 배려의 깊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평화는 내가 온전히 동의하고 존중하는 인간의 삶 또는 이념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싸움에서는 결코 시작되지 않는다. 평화를 좇아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산길은 여러 갈래다. 관건은 내가 그 산을 오르는데 올바른 방향을 잡아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다.

간절한 진정성이 있어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고, 그것을 대담하게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만 적절한 타이밍에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올해가 바로 그 타이밍이 아닐까 하는 기대가 점점 커지는 요즘이다.

기막힌 타이밍에 등잔의 기름을 준비하지 못하여 잔칫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남북회담이 이뤄지는 판문점의 ‘평화의 집’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주님의 평화를 담아내고 전하는 ‘평화의 집’이 돼 준비된 평화의 도구가 되기를 기도한다.


손서정 (베아트릭스) 평화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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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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