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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성스러움을 찾아서 / 오세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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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세속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2015년 한국의 인구주택 센서스는 한국민의 절반 이상, 56.1가 ‘무종교인’이라고 보고하였고, 우리 사회에서 종교를 가진 이들의 모습에서 성스러움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세속사회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실업률, 북핵, AI 등의 실존적 문제에서 보듯이 ‘각자도생’의 정신으로 개인의 욕구 충족을 종국적인 삶의 목표인 양 살아들 간다. 과연 우리는 세상에서 살아가며 ‘성스러움’의 자리를 어떻게 찾고 맛 들일 수 있을까?

본래 성(聖)과 속(俗) 사이의 경계는 태초에 없었다. 모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손수 지어 만드신 그 모든 것, 하늘 땅 물 식물 동물 인간 등 모두가 그분의 거룩하신 숨결 안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성경의 말씀을 듣고 성전에서 기도하며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께로 향하는 우리 인생의 순례 여정은 모두 성스러움을 찾는 길이다! 이를 좀 더 일반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보다 더 큰 생명”으로 나아가는 삶의 여정은 모두 성스러운 길, 영성적인 삶이라고 하겠다.

선불교와 가톨릭 수도 생활은 삶의 모든 것들, ‘일상’ 안에 성스러움이 깃들여 있다고 말한다. 먹고 자고 말하고 움직이는 모든 여정이 축성(consecration) 혹은 구도(求道) 생활의 전부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일상에서 ‘살림’을 하는 주부들이야말로 성스러운 업무 [성직]를 살아간다고 본다. 생명을 ‘살리는’ 일, 바로 살림은 하느님의 돌봄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직업 현장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돌보는 모든 자리 역시 성스럽다. 이국종 외상전문의사가 길거리 현장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불철주야 환자를 돌보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생명을 돌보는 숭고함과 성스러움을 함께 체험한다. 단지 자기의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서 일하며 환자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진단을 내리는 의사에게서는 느끼기 힘든 숭고함 말이다. 사제로서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서도 이웃 영혼의 생명이 더 성장하도록 마음을 다하지 못할 때, 나는 성스러움을 증거 하기보다는 교회에서 복록을 받고 생활하는 직업인에 불과하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사회 갈등의 한복판에서도 우리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길 안에서 성스러움을 찾을 수 있다. 하느님은 더 가난하고 낮은 이들의 존엄성을 높이시고자 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세상의 모든 것들(재화, 서비스 포함)이 보다 더 많은 가난한 이들에게 풍요롭게 사용되기를, 즉 ‘공동선’이 증진되길 원하신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종교와 정치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교회는 ‘인간의 기본권과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서 정치권력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사목헌장 76항) 요컨대, 정치는 권력의 제도적 배분을 통해서 세상의 질서를 기획하는 영역이며, 교회는 이러한 정치제도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소수 특권자만의 행복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의 행복과 더 큰 생명의 길로 나가도록 할 ‘보편적 사랑의 의무’가 있다. 교회가 민주화의 역사에 동참하는 것은 복음의 정신에 부합하고 공동선을 통해서 더 큰 생명과 더 큰 행복의 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낡은 질서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는 것, 자기 울타리 안에 갇히지 않고 화해와 상생을 찾는 자리에서 우리는 성스러움을 증거한다!

남북 간의 긴장, 노사 갈등, 여당과 야당, 청년과 노년 등 일상에서 체험하는 모든 갈등 속에서 하느님은 단순히 양자택일의 선택을 하지는 않으실 것이다. 건강한 부모는 모든 자녀들을 돌보되 가장 약한 자식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이며 모두가 종국적으로 더 잘 되는 길을 바라듯이. 하느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 그 안에 성스러움이 자라난다.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찾는 것, 그것보다 더 실제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차원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입니다.” 베드로 아루뻬 신부(예수회 제28대 총장)


오세일 신부 (예수회, 서강대 사회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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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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