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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넘치는 광고형 기사들… 수익 위한 탈선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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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사인가? 광고인가?”

요즘 독자들은 뉴스가 나오는 지면이나 화면을 보고 자주 헷갈린다. 문장이 기사 형식을 띄고 있고 글을 작성한 기자의 이름도 나와 있다. 그런데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특정 상품이나 업체·기관 등의 장점만을 홍보하고 있다.

기사로 위장했지만 내용은 광고인, 즉 광고형 기사인 것이다. 사실상 광고이다. 이런 기사들이 신문지면은 물론이고, 인터넷 등 온갖 매체에 넘치고도 넘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간지들이 수시로 본면 외에 4개면에서 12개면까지 섹션(별지) 특집을 마련해 광고형 기사를 게재하는 형태다. 아웃도어나 화장품, 여행, 자동차, 분양아파트, 학원, 대학교 등 수많은 주제의 기사를 기자가 취재해 쓴 것처럼 돼있다.

이는 저널리즘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탈선행위다. 하지만 매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매체들에게 주된 수익원인 광고물량은 급감했다. 그 틈을 이용해 광고주들은 기자들이 쓰는 광고형 기사를 요구한다. 신문사들은 광고형 기사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본지 안에 1~2개면의 광고형 기사 지면을 만들거나 일반 기사 속에 광고형 기사를 단발로 끼워 넣기도 한다.

‘광고형 기사의 섹션 특집’은 전통 있는 일간지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는 15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당시의 광고형 기사라면 ‘기자의 신형 자동차 시승기’같은 홍보성 기사 한 개를 일반기사 속에 슬쩍 끼워 넣는 경우가 ‘가증스러운’ 제작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문사마다 광고형 기사를 ‘단비’처럼 애타게 기다리며 오히려 물량이 모자랄까봐 걱정이다. 저널리즘 수칙을 어기고 광고를 유치하려는 ‘노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다른 수많은 인터넷 매체들은 특성상 섹션특집을 제작하지 못할 뿐, 윤리 위반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

독자들도 이젠 단련이 돼 스스로 알아서 판단한다. “이건 사실상 광고일테니 적당히 믿자”는 것이다. 가짜뉴스, 그리고 가짜뉴스와 진짜뉴스 사이의 비진실 뉴스가 범람하고 이젠 ‘신문에 났다’고 해도 사실로 믿지 않는 시대가 됐지만, 광고형 기사는 이같은 매체 불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라’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수칙이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②항(사회경제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언론인은 어떠한 단체, 종교, 종파 등 사회세력과 그리고 기업 등 어떠한 경제세력의 부당한 압력, 또는 금전적 유혹이나 청탁을 거부해야 한다’고 돼있다. 또 3조 보도준칙 ⑦항(보도자료의 검증)은 ‘취재원이 제공하는 구두발표와 홍보성 보도자료는 사실의 검증을 통해 확인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10조 「편집지침」 ⑧항(기사와 광고의 구분)은 ‘편집자는 독자들이 기사와 광고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편집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 규정들의 취지는 기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홍보하는 기사를 써서는 안된다는 데에 있다. 또 독자들이 분명히 광고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편집하라는 것이다. 가령 신문의 1개면 전체에 게재하는 광고는 지면상단에 ‘광고’ 또는 ‘PR’ ‘AD’ 등 광고임을 표시해야 한다.

저널리즘의 대원칙은 정확성과 객관성, 공정성이기 때문이다. 설사 기자의 이름으로 쓴 홍보성 내용이 정확하고,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된다 하더라도 기사라고는 할 수 없다. 이는 일방적으로 특정대상의 장점만을 알리기 위해 쓴 글이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탈선행위가 법적 제재대상은 아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포털 등 각 매체종류 단위의 자율규제 기구들이 사후 심의를 하고 징계를 내린다. 하지만 매체들의 가혹한 생존환경을 잘 아는 자율규제 기구들은 형식적인 징계 조치를 내릴 뿐이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광고형 기사를 비롯한 홍보성 기사들은 2009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기존 매체들의 광고수익이 크게 떨어지는 시기와 맞물린다. 전통 있는 신문들이 탈선행위에 앞장서기도 하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위기는 더 심각한 것이다.

가짜뉴스에, 허위정보, 추측성뉴스, 이해관계와 이념에 치우친 뉴스, 왜곡·과장된 제목에다가 광고형 기사까지···. 미디어 혁명은 그만큼 혼돈도 커, 사실과 진실 못지않게 온갖 가짜와 비진실들이 엉켜 거대한 탁류를 이루어 흘러가고 있다. 진짜뉴스와 가짜뉴스, 기사와 광고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은 세상에서 진실과 비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 (이냐시오) 전 경향신문 편집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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