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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두 거장의 만남

박혜원 소피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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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소피아 화가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복잡함에 머물지 말고 ‘단순함’에 도달해야 한다.”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는 단순미와 건축의 효율성을 중시하며 건축사의 획을 그은 진정한 거장이다.(3월 2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 중)

스위스 태생으로 피아노 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음악, 미술, 문학이 녹아든 예술적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는 시계 제조 공방에서 시계 디자인을 배우며 미술에 입문했는데, 그의 재능을 알아본 스승이 그의 뛰어난 예술적 기량을 더 넓게 펼칠 수 있는 건축을 전공할 것을 권유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예술계에 입문한다. 유독 회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던 그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건축의 바탕이 되는 회화를 공부한다.

당시 파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는 스페인에서 온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였다. 하나의 시점을 화폭에 옮기는 전통적 시각에 대항해 다각도에서 본 것을 동시에 한 화폭에 담아내는 새로운 미술경향, ‘입체주의’(cubism)가 파리 미술계를 주름잡게 된 것이다.

이에 르 코르뷔지에와 그의 동료 오장팡(Amde Ozenfant, 1886~1966)은 모든 부수적인 요소를 제거한 ‘순수주의’(Purism)를 주장하며 활발한 미술 활동을 했다.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프랑스는 초토화되었다. 폭격과 약탈로 폐허가 된 도시를 바라본 그는 집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들에게 가장 단순하고 편안한 안락함을 제공해주는 주거문제 해결이 시급함을 직시하고 고심한다. 기존의 벽돌을 쌓는 건축방식은 시간도 많이 걸릴 뿐 아니라 돌의 무게 때문에 건물을 높이 세워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데 제약이 따랐다. 그래서 그는 새로 등장한 철근콘크리트로 건물 골조를 형성하고 노출 콘크리트로 외부 마무리를 하여,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고안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17년 파리에 정착한 그는 건축사무소를 열었다.

근본적으로 화가이길 꿈꿨던 그가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부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 때문이었다! 단순함, 편안함 그리고 인간의 존중을 최고의 건축 모토로 삼은 그가 고민한 새로운 모델은 바로 나무, 조개껍데기를 비롯한 ‘자연’ 그리고 곡선이 아름다운 여체, 즉 ‘인간’에서 찾았다. 바로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모델로부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새로운 형태를 찾은 것이다. 그의 단순한 건축물이 친근하고 견고하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놀랍게도 건축가로서 명성을 날린 그는 자신을 건축가보다 화가로 여겼고 그래서 화가로 성공한 피카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느 날, 마르세유에 ‘유이테 다비타시옹’(Unit d‘habitation, 1945)이라는 세계 최초의 대규모 현대식 아파트를 창안한 르 코르뷔지에는 건설현장을 찾아온 피카소를 만나 하루를 보냈다.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 보겐스키가 회상한다. “피카소는 르 코르뷔지에가 주의 깊게 지켜보는 몇 안 되는 동시대인 중 한 명이었다. 나는 그가 피카소에 대해 자신보다 훨씬 훌륭한 화가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온종일 그들은 서로를 상당히 조심스럽게 대했다. 두 사람은 자신을 상대방보다 낮추기 위해 서로 노력했다.” 대단한 자부심으로 정상에 있던 피카소는 ‘나’를 내세우기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건축에 온 열정을 쏟은 이 대가의 숭고한 철학과 멋진 결과물 앞에서 자신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역으로 르 코르뷔지에는 화가로서 그 창조적 열정을 새로운 조형 표현의 길을 개척하는데 불태운 피카소 앞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본질을 추구하는 두 거장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결핍은 ‘겸손’을 낳는다는 멋진 교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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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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