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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 이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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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을 축하드립니다.’ 부활절에 나누는 축복의 인사다. 이날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환호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은, 죄를 이기고 주님의 부활을 증거할 새 삶의 장으로 우리를 초대하셨다. 이제 우리는 주님이 진정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의 자리에 내려오신 주님은 부활을 통해 우리가 구원의 여정에 함께 하고 있음을 계시하셨다. 그분이 못 박히셨던 십자가는 더 이상 죽음의 징표가 아니라, 우리를 살릴 생명의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됐다. 그분이 묻히셨던 돌무덤은 우리가 그분의 부활을 믿고 의지할 열린 빈 무덤이 됐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의 모든 부조화와 고통과 갈등과 죽음을 부활이라는 사건으로 해소하셨다. 이 벅찬 신비를 우리는 어떻게 간직하고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주님의 부활로 죄로부터 해방됐다. 모든 인간적인 결핍으로부터 해방됐다. 이제 본래 우리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열린 것이다. 하느님이 맺어주신 선한 관계로 돌아간 것이다. 내 안의 회의와 상실과 좌절로부터 벗어나게 됐으며, 이웃과의 미움과 반목과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 왔다. 부활은 그렇게 갑자기 다가왔다. 탕자가 아버지에게 돌아오듯 우리의 본 마음이 다시 돌아온 날이다. 이날은 주님이 본래의 나를 찾도록 도와주신 날이다. 그러니 우리는 기뻐 환호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시선은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너의 모습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나의 음성은 긴장되지 않을 것이고 너의 음성에 기꺼이 귀 기울일 것이다. 우리는 사랑으로 주님의 부활을 증거하고 함께 노래할 것이다.

주님의 부활은 새로운 나라를 이루러 나서라는 초대장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삶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불의로 고통받는 세상으로 나아가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어야 한다. 의무나 권리로서가 아니라 사랑과 도리로서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듯이 하느님의 자녀는 빵만을 위해 일할 수 없다. 우리를 통하여 하느님 말씀이 드러날 때가 다가왔다. 그러므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하느님의 방식대로 우리는 언제나 이웃과 함께할 것이다. 소명에 따라 평화롭고 기쁘게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주어진 탈렌트만큼 일할 것이다. 못 다하는 아쉬움과 일치하려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하느님 나라를 경작할 것이다. 나날이 새로운 땅을 밟으며 하느님 나라를 확인하는 삶은 부활을 체험하는 삶이다.

빈 무덤은 우리가 경작할 하느님의 나라를 암시한다. 이곳에서 모든 관계가 새로워지고 삶은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소유가 아니라 나눔의 가치를, 지배가 아니라 섬김의 가치를, 주장이 아니라 경청의 가치를 나눌 것이다. 낮은 곳을 향하고 가난한 곳에 머무르는 가치를 회복할 것이다. 세상의 어떤 가치도 그리스도인을 구속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부활을 통해 자유의 본질을 깨닫게 됐다. 어떤 환난과 역경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됐다. 참으로 인간에 대한 주님의 완전한 사랑으로 우리는 사랑을 회복하고, 주님의 인간에 대한 완전한 믿음으로 우리는 믿음을 회복하게 됐다.

우리 사회는 부활의 삶을 기다리고 있다. 시민 사회의 갈라진 불신과 반목의 균열은 믿음을 통한 치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방기된 국정운영은 진솔하고 책임 있는 지도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지혜로운 선택 못지않게 새로운 지도자가 하는 일이 정의롭고 공정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능력만으로 모든 것을 회복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하느님이 함께함을 아는 겸손과 지혜가 우리를 바른길로 이끌어 줄 것이다. 그때 두려움 없이 빛을 향하여 함께 나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부활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 치유하고 본래의 모습을 회복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부활절에 돋아나는 생명나무의 새싹들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향만(베드로) 가톨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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