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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성지 순례, 부릉부릉 오토바이 타고!

서울 삼각지본당 강병희·이병자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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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가 유럽 일주 중 오토바이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강병희ㆍ이병자씨 부부 제공



세계 일주? 한 번쯤 상상의 나래를 펴봤을 일생일대의 꿈이다. 가톨릭 신자로서 성지 순례까지 겸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 꿈에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강병희(즈카리아, 60, 서울 삼각지본당)ㆍ이병자(58, 엘리사벳)씨 부부다.

부부는 200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는 것으로 세계 일주의 시동을 걸었다. 자전거 매장을 운영하는 부부는 한 달간 자전거로 순례길을 일주했다. 처음 가본 유럽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순례길 마을에서 우뚝 솟은 성당을 볼 때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성당마다 들러 맨 앞자리에 앉아 기도했고 미사에 참여했다.

2014년 1월에는 두 달간 동남아 국가들을 배낭 여행으로 다녀왔다. 베트남에서는 일부러 차를 빌려 성모 발현 성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해 6월에는 아시아와 유럽 대륙 횡단에 나섰다. 이번에는 오토바이였다.

속초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에 오토바이를 싣고 떠난 부부는 12월까지 시베리아 벌판과 몽골을 거쳐 유럽을 한 바퀴 돌았다. 캠핑장과 값싼 호스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최대한 경비를 아꼈다. 단어 나열 수준의 영어 실력이었지만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 통했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이동한 아내는 남편 등을 바라본 시간이 많았지만 심심할 틈이 없었다. 부부의 헬멧에 부착한 블루투스 무전기로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부부는 성지를 중심으로 일정을 짰다.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는 대성당은 물론 반뇌(벨기에)와 루르드(프랑스), 파티마(포르투갈) 등 성모 발현지도 모두 돌아봤다.

“성지와 성당을 위주로 다녔어요. 성당만 보면 기쁘고 피로가 풀렸습니다. 숙소도 가능한 성당 가까운 데 잡았고요. 사람 많은 데는 피해 다녔습니다. 나중에 텔레비전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까 저희가 분명히 들렀던 도시인데도 가 보지 않은 곳이 나오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였습니다.”(남편)

2015년 3월 다시 길을 나선 부부는 3개월 동안 발칸반도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았다. 보스니아에 있는 성모 성지 메주고리예도 들렀다. 부부가 지금까지 방문은 나라를 합하면 60여 개쯤 된다.

유럽의 그 많은 성당 가운데 어디가 가장 아름다웠을까. 부부는 산티아고 순례 길에 만난 스페인 성당들을 꼽았다.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 있는 성당도 우리나라 명동대성당보다 크고 장엄했다”면서 “숨이 멎을 만큼 황홀했다”고 회상했다.

부부는 “필요한 것은 대부분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짐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시시콜콜 모든 계획을 짠 다음에 출발하려 한다면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며 “일단 길을 나선 다음 일정을 조정하면서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알려줬다.

부부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만간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대륙을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를 돌아볼 계획을 짜고 있다. 여행 기간도 넉넉하게 1년 반에서 2년 정도로 잡았다. 이번에도 오토바이로 움직일 계획이다. 성지를 중심으로 일정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움직이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 각지에 흩어져 있는 아미칼(AMICAL, 라틴아메리카 한국가톨릭선교사회) 소속 선교사들을 찾아다니려고 합니다. 요즘은 GPS(위성항법시스템)가 워낙 잘 돼 있어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가서 선교사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봉사도 하고 싶습니다.”

남편은 “한번 나가니까 계속 나가게 된다”면서 “다리 힘 풀리기 전에 꼭 세계 일주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아내는 “매일 짐을 풀고 싸야 하고 또 오토바이로 움직이는 것이 아무래도 힘들다”면서도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처럼 흥미로운 일은 없다”고 말했다.

남편과 아내는 “부부가 함께하니까 가능한 여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긴 시간을 혼자 다니기는 외로워서 어렵다는 것이다. 오래 여행하다 보면 부부도 싸우기 마련이라는데, 이 부부는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단다.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부부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남정률 기자 njyul@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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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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