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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실존’ 개념의 근간은 신앙

다산 연구자 김신자 교수, 그리스도교적 측면 분석한 책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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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요한, 1762∼1836)이 가톨릭 신자였는지 여부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박석무(74) 다산연구소 이사장 등은 다산의 「자찬 묘비명」(自撰 墓碑銘)을 들어, 그가 신앙을 버렸다고 주장한다. 반면 프랑스 선교사 샤를르 달레는 박해 중 그의 배교 전력을 인정하면서도 나중에 그가 뉘우치고 신앙을 회복, 열렬한 신앙생활을 하다가 병자성사를 받은 뒤 선종했다고 「한국천주교회사」에 기록한다.

다산학 연구자 김신자(아기 예수의 데레사, 75, 사진) 전 오스트리아 빈대학 비교철학 교수는 다산의 배교설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다산의 저술에 스며든 서학, 곧 그리스도교적 신앙을 근거로 든다.

“지금까지 다산에 대한 연구는 1000여 편 정도가 있는데, 그중 제가 200여 편을 읽었어요. 한데 다 똑같아요. 다산을 ‘실용 실학’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본 것이지요. 「천주실의」 등 서학서를 통해 다산이 영향을 받았던 그리스도교 신앙은 애써 외면한 것이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다산에 대한 접근을 최근 「다산 정약용의 실존실학」(위즈앤비즈) 이라는 책으로 펴냈어요. 이 책은 다산을 그리스도교 측면에서 분석 조명한 유일한 책입니다.”

김 교수는 ‘실학’(實學)이라는 제목 앞에 ‘실존’(實存)이라는 개념을 덧보탠 이유에 대해 “당시엔 ‘실존’이라는 개념이 없었지만, 다산은 자신의 저술에서 인간 고유의 실존적 특성에 대해 언급한다”고 설명했다. 다산은 인간 존재의 본성을 탐구하고자 심(心)과 성(性)을 분석했고, 이의 정점인 자유의지를 자주지권(自主之權)이라는 말로 설명하는데, 이 자주지권은 마테오 리치 등 예수회 신부들뿐만 아니라 토마스 아퀴나스, 아우구스티누스, 멀리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연결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서학을 통한 실존적 지평으로 하느님 인식에 대한 사상적 연원, 수양론과 사천론(事天論), 자연과학과 기술 수용, 실존과 윤리 문제 등을 차례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다산의 실존 인식이 가장 극치를 이룬 것은 자유의지를 자주지권으로 설명하는 대목”이라며 “마테오 리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게 다산이었고, 그의 자주지권은 자유의지와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결돼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산은 인간을 윤리 지향적 도덕적 존재로 보는데, 그 근원이 하느님이라는 결론 역시 마테오 리치의 얘기”라고 강조했다.

10여 년간 다산을 연구하다가 자신의 오른쪽 눈을 잃다시피 한 김 교수는 또 “「다블뤼 주교 비망기」의 결정적 자료가 된 것은 다산이 집필했다고 전해지는 「조선 복음 전래사」였고, 전래사 집필 시기는 다산이 유배에서 풀려난 뒤 1830년대로 추정된다”며 “전래사를 토대로 쓴 비망기는 문헌학에서 중시하는 자료(텍스트)의 확실성과 일관성을 보여 주기에 교회측 자료라고 해서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학문의 세계에선 통용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다산 실학 전면에 나타나는 실용 실학에 가려진 인간 실존에 대한 의미의 추구, 곧 실존 실학은 광범위한 심층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러한 뜻에서 다산의 실존 실학은 서학의 영향에 의해 구축된 다산만의 독특한 철학”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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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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