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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신·구약성경 필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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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왕이 전쟁에 승리하고 돌아와 “전쟁의 승리로 교만하지 않고, 절망적인 일이 닥쳐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리라”는 의미를 가진 말을 반지에 새기라고 한 것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다. 이 말을 상기하면서 성경 필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필사는 2015년 12월 12일에 시작하여 2017년 6월 25일까지, 약 18.5개월에 걸쳐 끝맺음을 했다. 구약성경은 노트 2200여 쪽, 신약성경은 노트 580여 쪽으로 ‘성경 필사’ 노트 16권에 메웠다. 신약성경은 만년필로 썼는데 50ml 잉크 한 병으로 완료했으며 구약성경은 볼펜 70여 개가 소모되었다. 평균 하루에 서너 시간, 많게는 다섯 시간을 필사에 쏟아붓는 저력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필사 계획은 2년을 잡아 시작했다. 끝맺음을 잘하면 특수교육 기관에 들어가 성경공부를 체계적으로 배우겠다는 신념과 일념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시련이 오기도 했다. 중간에 포기할 위기도 있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며 놓칠 뻔한 펜을 다잡았다. 처음에는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손가락 마디가 저리며 허리에 통증이 와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면서 필사에 매달렸다.

그런 시련 가운데 하느님의 은총을 입기도 했다. 필사 중에 뇌리를 스치는 지혜가 오기도 했다. 평소에 고민스러웠던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혜를 입었고 신선한 글감을 주시어 신앙에 대한 필(筆)을 들 수 있도록 해 주셨다. 허리가 아파 치료도 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는데 필사를 마무리할 즈음에 와서는 허리 아픔도 사라졌다. 또 필사의 기쁨과 행복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최근에 한 에피소드는 아모스서를 쓰는데 지혜가 들어왔다. 그 전에 ‘요한묵시록’에 대한 영화를 감상했다. 그때는 감상문을 쓰려고 했으나 구상이 잘되지 않았다. 그 뒤에 아모스서를 필사하는데 아모스서 7장 7-8절에서 ‘다림줄’에 대한 환시의 내용을 쓰면서 번개처럼 떠오르는 영감을 받았다. 소재를 잡아 영화 감상을 한 ‘요한묵시록’을 가져와서 ‘다림줄’이라는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내가 꼭 필요한 시기에 은총을 내려주심을 믿는다.

그동안 필사를 하면서 힘은 들었지만, 성경을 가까이할 수 있었고 행복한 날들이었다. 하느님께서 나로 하여금 끝까지 필사를 완료할 수 있도록 해 주심에 감사와 영광을 드린다. 모자람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심을 믿기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용기를 갖고 뛰어든다. “하느님께서는 내 안에서 활동하시어, 의지를 일으키시고 그것을 실천하도록 하시기 때문이다”(필리 2,13) 일의 과정에는 힘들고 고통이 따르기도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떠올리며 하느님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이 큰 은총이고 행복이다.


민병옥(비오ㆍ대구대교구 경산 중방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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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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