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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지구 반대편 남미 볼리비아에서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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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산하 코이카 해외봉사단 94기로, 볼리비아 타리하주 ‘헤네랄 호세 마누엘 벨그라노’ 초등학교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간호단원 김선해입니다. 현재 볼리비아에 파견된 지 2년 11개월에 접어들었으며, 한 달 후면 정들었던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대도시의 시내를 제외하고는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1970년대와 흡사한 풍경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어 다른 시골학교에 비하면 형편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만 나가도 전기나 수도시설 없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밤낮없이 사목 중이신, 대구대교구 신부님들이 계신 지역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이야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저는 올해 7월 San Antonio de Padua(산 안토니오 데 파두아) 중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 요청으로 김동진 주임 신부님과 최용석 보좌 신부님이 사목 중이신 산 안토니오 데 로메리오 시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산타크루즈 시내에서 차량으로 5시간 정도 떨어진 외진 곳으로 정글 안에 시가 형성된 곳입니다. 이곳의 가정집은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일반 가정집보다 못한 형편으로 바닥은 흙으로, 벽은 진흙과 볏짚과 나무로, 지붕은 나뭇잎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따로 축사가 없어 돼지나 소 등 가축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물론, 침대를 살 돈이 없기에 해먹을 걸어놓고 잠을 청하곤 합니다. 또한 수도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기에 마실 물과 씻을 물을 수급하기 위해 몇 시간씩 고생을 해야만 하고 추운 겨울이면 씻을 물을 데우기 위해 페트병에 물을 담아 햇볕에 장시간 놓아두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주로 농사와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방과 후 물을 기르거나 밭을 매는 등 매일같이 노동을 합니다.

사실 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벽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이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 마을 여학생들이 일회용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종이공책을 찢어서 쓰거나 더러운 수건을 오려서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부 형편이 나은 여학생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지만, 그 값이 만만치 않아 하루 한두 번 교환하는 데 그칩니다. 당연히 회음부의 위생 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어, 질염 등 여성 질환을 앓는 여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면 생리대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이번 기회에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고 최 신부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최 신부님은 면 생리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한국에 계신 모친 오승희(아녜스·대구 수성본당) 자매님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자매님께서는 발품을 팔아 생리대를 만들 수 있는 면과 똑딱이 단추를 보내주셨습니다. 168명의 중고등학교 여학생들과 함께 4일 동안 면 생리대를 만들었습니다. 하루 8시간 동안 면 생리대를 만드는 방법, 세탁법, 성 위생 등에 대해 가르쳤습니다. 학생 한 명당 5개의 면 생리대를 가질 수 있게 했는데,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여학생들은 차후 몇 년간 면 생리대를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여성 질환의 발병률이나 유병률 또한 감소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오승희 자매님과 최 신부님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해낼 수 없었던 봉사활동이었습니다. 피부색도 언어도 다르지만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두 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김선해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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