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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화이부동(和而不同) -김대영(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김대영(요한 사도,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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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조화를 이루지만 같지 않고 소인은 같으면서도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강조했다. 인간을 군자와 소인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논리에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화이부동’은 인간 사회를 평화로 이끄는 매우 지혜로운 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화이부동’이 남북관계에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우리 정부가 받아서 실무회담을 통해 남북 대화창구를 개설함으로써 남북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반도에 평화적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사와 더불어 ‘핵 무력의 완성’을 통한 대미항전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또 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화답에서도 남북관계 개선과 동시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방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남한과 북한 모두가 자기 갈 길은 가면서도 평창올림픽에서는 화합할 수 있다고 나선 점에 대해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만일 김정은 위원장이 대미항전의 의지를 꺾는다면 북한 정권에 적신호가 발생할 수 있고, 또 문재인 대통령이 우방과의 협력을 강조하지 않았다면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 협력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었을 터였다. 새해 벽두부터 남북이 자기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긴장 완화와 평화 조성이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리 정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김정은 신년사를 대북제재에서 빠져나가기 위하여 한미관계를 이간하려는 술책이라고 말했으며,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강력한 제재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인 동시에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런 미국을 탓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공자의 ‘화이부동’을 입에 달고 살지만 국내 정치에서 너무 자주 극한 대립을 일삼는다. 서로 다른 이념과 지지기반 위에서 똘똘 뭉쳐 상대방을 죄악시하면서 정작 내부의 부정적 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눈감는다. 지난 정부 시절 ‘종북 세력’을 비난하면서 국정 농단을 용인했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남인가’ 하면서 서로 다른 입장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며 국제적 역학 관계를 도외시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동맹국들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에게는 ‘화이부동’에 어울리는 공화정의 경험이 약하기 때문에 매우 쉽게 ‘일사불란’에 빠져든다. 반면에 고대 로마의 공화정에서는 평상시에는 두 명의 집정관을 둬 협치하도록 했다. 오늘의 서구 민주주의도 권력 분립의 제도 위에 세워졌다. 과거 로마 공화정에서는 전쟁이 발발하면 한 명의 독재관으로 일사불란한 통치를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평상시에도 일사불란한 하나의 방향만을 고집하기 일쑤다.

현대 민주주의는 로마 공화정의 원리에 따라 다양성의 원리 위에서 작동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리다(Jacques Derrida)가 말하듯이 나와 다른 타자가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나의 존재에 의미가 부여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만들듯이 남북관계에서도 각자 자기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존중하여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화이부동’의 길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화이부동’보다 더 어려운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받아들이기가 크게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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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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