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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22주 이상 태아만 생존권 얻은 날

이지혜 보나(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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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오후 2시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둔 오전부터 헌법재판소 앞은 혼란스러웠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여성단체 회원들은 서로 다른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5년 전 태아였습니다’라는 글귀를 적어 목에 걸고 나온 어린이들도 있었다.

유남석 헌재 소장이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기자들의 노트북 타자 소리가 빨라졌고, 104석의 대심판정은 곧 웅성거림과 함께 낙태죄 폐지를 원했던 여성들의 흐느낌으로 채워졌다. 곧바로 낙태죄 헌법소원 대리인단은 헌재 앞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존중하라는 결정”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우리가 태아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헌재가 기준으로 제시한 독자적 생존 능력이 가능한 임신 22주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태아가 모체로부터 분리돼 자가 호흡이 가능한 시기를 의학적으로 22주라고 본 것인데, 이에 대해 어느 의사가 대꾸했던 말이 있다. “태어난 지 3달 된 아이가 홀로 밥을 해 먹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먹을 수 있습니까?”

2019년 4월 11일, 많은 언론은 헌법재판소가 ‘낙태가 죄의 굴레를 벗은’ ‘낙태죄가 사망선고를 받은 날’로 기록했다. 아니다. 사회ㆍ경제적으로 현실 양육이 어렵지 않은, 어머니의 배 속에서 잉태된 지 22주 이상의 태아들만 생존권을 얻은 날이다.

20세기 영성가 토머스 머튼은 말했다. “사람들은 잘못된 삶이 파멸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우리를 수치스럽게 하고 불행하게 하는 일을 그만두기보다 오히려 수치를 느끼지 못하도록 새 규칙을 만든다. 중대한 죄란 오로지 단 하나, 수치를 모른다는 것이다. 인간은 수치를 없애버림으로써 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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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4-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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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23장 3절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길로 나를 끌어 주시니 당신의 이름 때문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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