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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인간안보와 한반도 평화(성기영, 이냐시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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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유럽의회 의원을 지내면서 북한을 50차례 가까이 방문했던 글린 포드 전 의원을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3년 전 북핵 위기가 최고점을 찍고 있을 때 브뤼셀에서 만났고, 이달 중순 런던에서 다시 만났다.

필자가 포드 전 의원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0여 년 전 그가 펴낸 「벼랑 끝에 선 북한 :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책에 써놓은 서문의 한 구절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드 전 의원은 당시 ‘내가 이 책을 쓰기로 한 것은 그동안 읽어온 북한 관련 서적이 하나같이 검거나 희기 때문이었다’고 썼다.

빅딜이냐 스몰딜이냐를 놓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교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적 대북지원에 우호적 태도를 보인 것은 눈에 띄는 변화였다. ‘북핵’ 문제를 넘어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경로의 완성은 검은색이나 흰색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에 가깝다. 하지만 비핵화와 동시에, 또는 비핵화 이후에 북한을 어떻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만들 것이냐를 둘러싸고는 다양한 해법이 회색빛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

적지 않은 유럽 국가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보다 더욱 강한 제재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이나 북한의 경제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비핵화나 군비통제와 같은 전통적 안보 개념에서 인간안보(human security)적 관점으로 시각을 확장해 보면 해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전통적 안보 개념은 전쟁 등으로 인한 공포로부터 개인이 자유로워지는 것(freedom from fear)을 최종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인간안보는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것뿐만 아니라 기아를 포함한 궁핍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want)가 달성될 때에만 보장된다. 냉전 종식 이후 ‘인간안보’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던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보고서(1994)는 인간안보의 7대 의제를 제시한 바 있다. 경제, 식량, 건강, 환경, 개인적 요인, 지역공동체, 정치 등이다.

인간안보라는 시각에서 보면 북한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춘 것이 없다. 경제 수준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며 핵 억지력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뒷모습이다. 막대한 군사비 지출이 국민들의 삶을 오히려 피폐하게 만드는 인간안보 부재의 악순환이다. 그렇다고 비핵화와 평화 체제의 맞교환을 통해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 위협이 제거된다고 해서 식량, 질병, 교육, 환경과 같은 인간안보의 위협 요인까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보수나 진보가 존재할 필요도 없다. 멀리 갈 것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역설했던 남북 간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제안도,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제공한다는 모자 보건 패키지도 모두 인간안보에 기반을 둔 대북 접근이다.

사회단체건 종교단체건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이야말로 이런 문제에 팔짱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비핵화의 완성에 10년이 걸린다고 해서 인간안보 문제의 해결을 10년 동안 유예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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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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