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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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편지] 잃어버린 시간 / 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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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예수성심성월을 보내며 나는 성심의 깊은 사랑과 그 지극하신 자비에 힘입은 수많은 은혜를 다시 헤아려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그분께 생을 의탁한 사람들에게 베푸시는 성심의 위로와 자애를 체험한 사람들은 뼛속 깊은 감사와 보은의 기쁜 정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 성심의 보호 속에서는 많은 실수, 죄와 잘못도 드러나지 않고 성심은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끌어 주셨음을 기억하며 나의 잃어버린 지난 3년간의 삶과 일을 생각해 본다.

지난 2016년, 주변에 새 이웃이 이주해 오면서 나는 뜻밖의 시비에 연루되고 그 일이 송사로 이어져 지금껏 삶의 터전이 흔들리고 뒤집히는 고통을 감내해 오고 있다. 그 일들을 겪으며 나의 어린애와 같았던 삶의 시선은 세상의 또 다른 진면목, 탐욕과 불의, 시민의 봉사기관이어야 할 권력의 무소불위한 숨은 힘과 오만, 돌봄이 필요한 미소한 자의 억울한 눈물엔 누구도 관여치 않고 외면하는 의롭지 못한 냉혹한 세상인심을 보게 됐다.

하느님께서는 ‘너희가 해주어라’라고 말씀하셨지만, 불행히도 너희가 돼 주는 사람은 볼 수 없었고 마음의 눈이란 눈은 다 그분을 따라가며 애끓는 눈물의 간청을 드려도 하느님께선 침묵만 굳게 지키시고 나의 마음은 분루(憤淚)에 무너져 버렸다.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쏟아 내가 기울인 노력과 정성과는 반대로 믿고 믿었던 3년간의 재판은 어이없게 패소했고 항소의 여력도 소진됐지만, 내가 사는 터전과의 선린이 중요해 내린 결정 뒤엔 강제이행조치, 과태료, 수없이 날아오는 독촉장, 쓰디쓴 고통의 쓰나미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나는 다행스럽게도 그리스도인이다. 그리스도인의 비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것이다. 성경 속에서 얻는 하느님의 말씀과 지혜는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 주실 것이다. 나의 성경 묵상 노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삶의 모든 것들은 다 그분의 섭리이며 그분은 인간을 훈육하시는 아버지이시다. 그분이 더 큰 성장을 위해 주시는 고난은 고통을 주고 희망을 빼앗아 가는 징벌이 아니라 곤경을 통해 지평을 넓히고 지혜를 얻어 하느님을 아는 덕을 쌓을 기회를 열어주는 선물이다.’

하느님께선 우리들의 삶을 마이너스(-)로만 끝내지 않으시고 플러스(+)로 바꾸어 주시는 분이시다. 그동안 ‘모든 일과 사람들이 합해 선(善)을 이루고 마이너스가 변해 플러스가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라고 드린 나의 간절한 기도는 이뤄질 것이다.

비로소 막힌 봇물이 터져 흐르듯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깨우침을 받았다. 탐욕을 버리는 일이다. 당장 생명을 보전하고 누리는 일은 하느님의 절대명령이지만, 이를 제외한 재산을 지키려 애착하는 것도 탐욕에 빠진 것임을 알고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진통이 따랐다. 상대가 보인 불의함 때문에 내가 입는 부당한 손실을 용납할 수 없었던 옹졸한 아니 너무도 당연한 고집, 그걸 버리지 못하며 평화를 바라는 내 어리석음을 보게 하신 하느님.

그것은 결코 실패나 좌절, 패배가 아니라 또 다른 승리의 결단이자 지혜와 슬기임을 알려주시어 신앙과 삶을 배우게 하셨다. 그분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희망과 인내의 시간이 쌓여가는 것이 곧 인생이며 믿음을 지켜가는 일은 위대한 승리의 보증이다. 바라고 청하는 일을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한 번 맺은 믿음의 계약은 굳건히 지킬 가치와 책무이기에 완고함을 버리고 겸손히 의탁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 깨닫게 해 주셨다. 지난 잃어버린 3년의 시간은 내게 잃음이 아니라 귀한 얻음의, 또 하나 성심의 선물임에 깊이 감사드리는 오늘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주연(베로니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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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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