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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천국에 계신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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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경축을 맞이하신 광주대교구 정형달 신부님 소식을 듣고 이 글을 올려봅니다. 정 신부님을 거룩한 사제의 길로 이끌어 지켜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43년 전, 광주대교구 여수 서교동본당에서 사목하신 정 신부님이 저에게 해주신 말씀을 지금도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하며 기도드리고 있답니다.

당시 저희 어머니는 주일 새벽미사를 다녀오시는 길에 공사 차량의 난폭운전에 의해 참변을 당하셨습니다. 8남매의 막내인 저는 장례 후에도 계속되는 정신적 충격으로 안정을 찾지 못했고, 신부님을 찾아가 하느님이 계신다면 어떻게 저의 어머니를 이런 죽음을 당하게 할 수 있냐고 울부짖으며 하느님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울부짖는 저의 등을 토닥거려 주시며 “마리아야, 하느님께서 어머니를 너무 사랑하셔서 세상의 온갖 수고와 노고로 지치신 어머니를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게 하시려는 것 같다.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하느님 품으로 데리고 간 것이니 울지도 슬퍼하지도 말고 기쁘게 잘 살아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한 말이 지금은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먼 훗날이 되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저는 사실 그때 신부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고 믿지도 않았습니다.

이후 신앙인의 삶을 살아오면서 20대의 저에게 해주신 신부님의 말씀의 의미를 이제는 어느 정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가 사고 당하기 1년 전, 저는 둘째 출산을 한 달여 앞둔 때에 태아의 이상 증세로 인해 대수술을 받았고 저의 둘째(딸)는 미숙아로 바로 인큐베이터로 이송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저를 대신해 친정어머니가 집과 병원을 오가며 장기간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 후 퇴원을 했고 어머니는 손녀 첫돌에 오신다고 하시곤 갑작스레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사고 후 의식이 남아있던 순간에는 친구분께 미사보를 주시면서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피 묻은 묵주를 꼭 쥐고 숨을 거두셨죠. 보고 싶어 하던 손녀 율리아나는 예쁘게 잘 자랐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잘 지켜보고 계시죠? 쉼 없이 흘러간 세월을 뒤돌아보니 참으로 빠르기만 합니다. 제 나이 칠순이 되었어도 지금도 한없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하느님이 언제 저를 부르실지 모르지만 “예” 하고 대답하고 갈 수 있도록 남아있는 삶을 주님 안에서 주님만을 믿고 의지하며, 어머니를 만날 수 있게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아울러 정 신부님, 항상 주님 은총 안에서 기쁘고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정순임(마리아·광주대교구 여수 문수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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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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