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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권력정치와 한반도 평화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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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에 대한 대한국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의 경제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경제전쟁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안보 위협으로까지 확대됐지만 최근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일본이 야기한 한일 갈등에서 미국은 현재까지 뚜렷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동맹 비용을 청구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냉전 시기 소련과 맺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을 탈퇴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할 수 있다고 천명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해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확대하고 있다.

강한 나라가 군사력, 경제력 등 현실적 힘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약한 나라를 압박해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는 ‘권력정치’(power politics)가 현재 동북아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권력정치’를 본성으로 하는 국제정치 현실에서 약한 나라가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 ‘동맹’이다. 6·25전쟁 이후 우리가 북한에 대한 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과 한미 동맹을 맺은 것이 대표적 사례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소련에 대한 ‘봉쇄’라는 냉전 시기 미국의 패권전략이 중국의 부상에 대한 억제로 변화하면서 한미 동맹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내포하는 것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일본의 경제전쟁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은 우리나라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면서 조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제전쟁은 어떤 방식으로든 수습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와 중국 사이에 안보적 긴장 관계가 조성된다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으로 둘러싸인 동북아시아라는 지정학적 조건에서 약한 나라의 위치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전략적 목표는 주변국들과의 갈등을 관리하고 평화적 국제정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뿐만 아니라 북한 역시 중국의 압력에 의해 미중 패권경쟁에 휘말리게 된다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심각한 난관이 조성될 것이다.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청일전쟁이 이 땅에서 벌어졌고, 열강들에 의해 우리 운명이 좌지우지되던 조선시대 말기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북한이 우리의 대화와 협력 요구에 응하도록 상황을 관리하고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남북 협력을 통해 동북아 강대국들의 갈등 상황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평화의 어머니인 성모 승천 대축일을 보내면서 우리 민족의 미래가 한반도 평화 위에 굳건하게 펼쳐질 수 있게 되기를 우리 모두 간절히 기도하자.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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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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