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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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너처럼 지적인 사람이 왜 가톨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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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처럼 지적인 사람이 왜 가톨릭을?”

스코틀랜드에서 온 데이빗은 말도 안 된다는 듯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예상치 못한 질문에 좀 당… 당황스러웠다.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들먹이지 않아도 과학적으로, 아니 인문학적으로 조금만 공부하면 아는 십자군 전쟁 등 추악한 역사를 모른단 말이야?”

데이빗이 하는 말의 의미를 그제서야 이해했다.

데이빗을 처음 본 건 주일 아침이었다.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시절이었다. 데이빗은 캄보디아 청년 2명과 주일 아침마다 집 앞을 쓸고 있었다. 허리가 살짝 굽은 금발의 할아버지가 빗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에 호기심이 일었다.

“아름다운 씨엠립 거리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게 보기 싫어서.”

데이빗이 빗자루를 든 이유다.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온 골프 강사다.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강의료를 받아서 적당한 가격을 받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젊은 시절엔 돈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어. 덕분에 지금은 얼마 안 되지만 매달 나오는 연금으로 집세랑 먹는 거는 해결돼. 내가 할 수 있는 골프로 사람들도 즐겁게 만나고 수다도 떨고 좋지. 돈에 한번 눈길을 주면 끝도 없이 욕심이 나더라고. 정 미안하면 수업 끝나고 맥주 한 캔 사주면 딱 좋지.”

데이빗은 프랑스에서 일하다가 은퇴하고 씨엠립으로 왔다. 집 하나를 빌려서 시골에서 올라온 캄보디아 청년 몇 명과 함께 산다. 집세도 안 받고 영어도 무료로 가르쳐 준다.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되면 데이빗이 아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취직시켜준다.

“무료 아니야. 나에게 거저 받았다고 생각하면 자기가 자리 잡고 다른 친구들에게 또 거저 해주는 거야. 그렇게 돌고 도는 거지.”

그런 데이빗의 질문이라 그냥 스칠 수가 없었다.

“한국에 가톨릭이 들어온 건 조선시대 책으로였어. 서학이었지. 서양 선교사들이 가져온 당시의 신지식, 그리고 노비, 평민, 양반 등 인간이 만든 신분에 상관없이 신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사상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어. 당시 더 나은 세상을 갈망하던 이들의 눈을 뜨게 해주었지. 한국에 들어온 가톨릭은 그런 의미였어. 인도 간디가 말했지. ‘나는 그리스도는 좋지만 그리스도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지.”

데이빗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 이후로도 데이빗의 주일 아침 청소는 계속 되었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웃의 캐나다, 프랑스, 한국인이 합세해서 글로벌한 주일 아침이 되었다는 것뿐. 그리스도인은 싫어하지만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이빗의 글로벌한 주일 아침이었다.


※ 가톨릭신문 명예기자들이 삶과 신앙 속에서 얻은 묵상거리를 독자들과 나눕니다.




김미현(에스텔)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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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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