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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호르무즈 해협(박현도, 스테파노,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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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오만이 마주 보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최대 폭 52해리(96.3㎞), 최소 폭 21해리(38.8㎞), 총 길이 90해리(166.6㎞)로 좁고 짧은 해협이다. 그러나 페르시아만 연안 산유국이 수출하는 원유가 하루에 무려 1850만 배럴이나 통과하는 세계 경제의 검은 혈관이다.

12해리 영해라는 국제법 기준을 근거로 이란과 오만은 서로 호르무즈 영해권을 주장한다. 해협의 가장 좁은 곳이 21해리이니, 양측의 주장대로라면 이곳을 지나는 것은 두 국가의 영해를 침범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양측은 그동안 크고 작은 소동 없이 국제 경제에 미치는 해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해왔다.

이곳을 막으면 이란과 오만 외에는 페르시아만에서 오만만으로 나올 수가 없다. 단순히 석유수출 통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란과 오만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여러 나라가 페르시아만에 연해 있기에 해협 봉쇄는 이들 국가에 결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해협은 오만만에서 페르시아만으로 들어오는 항로와 페르시아만에서 오만만으로 나가는 항로로 나뉘어 각각 2해리(3.7㎞) 폭의 공간이 주어져 있고, 이 두 항로 사이에 역시 2해리의 중간 수역을 두어 오가는 배의 충돌을 막고 있다.

해협은 아름답고 평온하다. 그러나 이곳을 두고 지금 긴장감이 극도로 치솟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여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이란핵협정을 2018년 5월에 일방적으로 깨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목표로 경제제재를 다시 부과하여 이란 경제를 옥죄고 군사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른바 최대 압박 정책이다.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북한에 가했던 압박 정책과 다를 바 없다.

이란은 억울하다.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어긴 적이 없는데, 이란이 결국 핵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판을 깼기 때문이다. 이란, 미국과 함께 ‘포괄적 공동계획’으로 부르는 핵협정에 서명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협정을 깬 미국이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입을 닫고 눈치만 보는 중이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의 핵심은 산유국인 이란이 석유를 한 방울도 팔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현재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과 거래를 하는 기업은 미국과 거래할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미국은 페르시아만 연안 산유국 중 이란만 원유 수출을 못 하게 만들어 놓았다. 분통 터지는 이란도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는다. 여러 차례에 걸쳐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몇 달 사이에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6척이 공격을 받았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모른다. 이란과 미국은 모두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미군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이란은 영공을 침범한 미군 드론을 격추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이처럼 항해 안전이 현안으로 떠오르자 미국은 ‘호르무즈 호위 연합대’를 만들려고 한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들이 해협안전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파병을 요청하였다. 이란과 굳이 척을 질 필요가 없는 우리나라에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바다는 말이 없고, 우리는 ‘하느님의 한 수’에 기대어 기도할 뿐. 티모테오(문재인 대통령 세례명)에게 지혜를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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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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