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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성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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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일 아침, 주보지를 나누어주는 형제님께 “수고하십니다” 하고 얼굴을 쳐다보니, 뜻밖에도 그 사람은 바로 내 사위 막시모였다.

순간 깜짝 놀라 멍하니 그를 바라보니 반갑게 나를 바라보고 환하게 웃어준다. 주일 대성전 앞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보를 나누어주는 그의 모습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났다. 눈에 이상이 오기 전,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하면서 나도 한 번씩 저렇게 봉사를 했는데…. 일상생활이 너무 바쁜 사람이 어떻게 저 봉사를 하러 왔을까. 나는 자리에 앉아 미사 시간에도 자꾸만 그 모습을 떠올렸다.

그 후로도 간간이 그 자리에서 사위를 볼 때면 옆에 있는 친구에게 “야, 우리 사위가 저기서 주보 준다. 얼른 가서 받아” 하며 등을 떠밀었다. 내 마음이 아이처럼 기뻤다.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사위가 저렇게 하느님 곁을 지키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그 식구들에게 건강을 허락해 주시고 가정에 평화 주시니 그 은총 가슴에 영원히 간직하며 살겠습니다.

사위가 성당 부근에 살다 이사를 간 지 2년쯤 된 것 같다. 이사 간 집에서 이곳 성당까지 오려면 2시간이 소요되니 주일 아침 두 딸이 잠든 사이, 혼자서 차를 타고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성당으로 들어서지 않았을까.

그는 13년 전에 아내를 잃었고, 불교신자였던 그는 장례미사를 마친 후 세례를 받았다.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두 딸을 부둥켜안고 한없이 통곡하던 사위는 마지막 떠나는 아내 앞에서 외딴곳 외로운 사람들 곁을 찾아가 작은 공소를 짓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 약속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사위는 최선을 다하며 구두끈을 꽁꽁 매고 집을 나선다.

프랑스에 유학 가서 공부하는 큰 딸 리오바, 이곳에서 대학 3학년을 보내는 작은 딸 미카엘라, 내 사위 막시모….

주님, 이 어린 양들을 지켜주소서.


전옥련(이레네·부산 주교좌남천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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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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