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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사목자, 성경 공부하러 유학길에 오르다

원주교구 정인준 신부,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공부 … 성서센터 만드는 것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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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원로사목자가 된 정인준(원주교구) 신부는 8일 이탈리아 로마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목 일선에서 물러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만도 한데,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30여 년 전 다녔던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경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출국 전 원주 사제관에서 만난 정 신부는 “늙은 총각의 못 말리는 열정으로 봐 달라”며 환하게 웃었다.

“주변에서 다 늙어서 무슨 공부냐고 그러는데 저는 지금 무척 설렙니다. 성서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가르치기도 했지만 늘 더 공부하고 싶었던 주제들이 몇 가지 있었거든요. 이제는 시간이 많으니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겠지요.”

정 신부는 성서대학에서 가까운 사제들을 위한 기숙사(Domus Paulus VI)에서 지낼 예정이다. 학교와 도서관을 오가고, 자유롭게 기도와 묵상을 하며 남는 시간에는 로마 시내 성당과 성지 곳곳을 다닐 생각에 이미 마음은 로마에 가 있다. 로마에 머물면서 10년간 써온 주일 강론을 틈틈이 정리해 강론집을 낼 계획이다. 또 예비신자들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가톨릭 교리서도 쓸 예정이다.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접어뒀던 그림도 다시 그려보려 한다. 고등학생 때 미대 진학을 고려했을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사제의 길을 걸으면서 붓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고 하셨는데, 그동안 배우고, 공부하고, 받은 것을 나누며 신자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려 한다”고 했다.

“가톨릭교회의 첫째 사명은 선교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라면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건 선택 사항이 아니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요. 제가 이렇게 로마로 떠나는 것도 선교를 위해서입니다. 공부가 끝나면 다시 돌아와 신자들 곁에서 항상 함께하고 싶습니다.”

정 신부가 그린 은퇴 이후의 삶은 로마 유학에서 끝나지 않았다. 정 신부는 오랜 꿈이라며 ‘성서센터’ 이야기를 꺼냈다.

“작은 공간이라도 좋으니 성서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그곳에 상주하며 신자들에게 성경을 알려주고, 고해성사도 주고 싶습니다. 경당과 성체조배실도 마련해 언제든 신자들이 머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또 여건이 된다면 성서센터 안에 ‘25시 행복한 가톨릭 카페’를 열어 언제든, 누구에게나, 커피 한 잔 내주면서 사는 이야기를 들어주려 합니다. 삶에 지친 교우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어요.”

정 신부는 “신자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려 바리스타 공부도 하고, 위로를 주는 노래 한 곡 불러 주려고 뒤늦게 기타도 배우고 있다”면서 “주책이라 해도 할 수 없겠지만, 은퇴를 하고 나니 오히려 열정이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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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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