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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북미 협상에 거는 기대 / 박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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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북쪽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조미 쌍방은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측 대표들은 조미 실무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 나는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는 다짐까지 덧붙였습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더 이상의 북미 회담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만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은 올해 말까지 여전히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알게 했습니다. 당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했었죠. 이러한 기한 제시는 얼핏 보면 미국을 향한 일정 같지만 북쪽 내부의 일정이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말하면 미국에게는 내년 초부터 시작되는 ‘정치일정’이, 북쪽에게는 유엔제재와 관련된 ‘경제일정’이 각각 있었던 것이죠. 결국 협상의 기한이 올해까지라는 것을 북미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북쪽이 올해 들어 11번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지만 그동안 미국이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던 것도, 강경파 볼턴 보좌관을 경질했던 것도 이러한 협상의 여지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협상의 결과물입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던 이유 중 하나는 북미 간 합의수준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북쪽은 2018년 9·19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미 자신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제시했었죠. 바로 ‘영변 핵시설 폐기’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미국과 협상을 하려 했던 것인데 미국은 추가적인 안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어쨌든 서로가 원하는 수준에 차이가 있음을 인식했으니 하노이 회담 때보다는 진전된 논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서로가 내놓을 수 있는 선은 명백해 보입니다. 유엔 및 미국 독자제재가 포괄하고 있는 내용은 ‘비핵화’ 외에도 ‘인권’ 등의 문제가 걸려 있기에 북쪽으로서는 그나마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핵화’ 영역을 통해서 최대한의 내용을 확보하려 할 것입니다. 반면 미국은 제재라는 틀을 유지하면서 북쪽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하겠죠.

접점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북쪽도 제재 해제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포괄해제’보다도 ‘선별해제’의 틀 속에서 단계적 방식으로 합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한반도 평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들의 대화가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흠 없는 이를 지켜보고 올곧은 이를 살펴보아라. 평화로운 이에게는 후손이 이어지리라”(시편 37,37)는 말씀처럼 북미 간 대화가 한반도 평화를 이끌기를 기대합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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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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