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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보다 큰 용서 /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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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용서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용서를 빕니다.”

1965년 폴란드 주교단이 독일 주교단에게 보낸 메시지다. 이는 피해자인 폴란드인이 가해자인 나치의 독일인을 먼저 용서하고, 나아가 용서를 구한 역사적 사건이다. 폴란드 주교단이 편지 내용을 발표했을 당시에는 민족배반자, 친독반역자라는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문건은 오늘날 폴란드와 독일 간 정치적 대화와 화해를 이끌어낸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한일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행동에 옮기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지 않고 먼저 용서하는 것이 가능할까? 국가적 문제에 앞서 일상 안에서 소소하게 벌어지는 사건들만 봐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결국 신앙의 눈으로 하느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을 인간 안에서 수평적 사랑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성염(요한 보스코)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ax Christi Korea) 첫 월례모임 강연에서 교황들의 메시지를 빌려 “사회적 사랑은 인간을 구원하고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지만, 정치적 사랑은 인간을 멸망시킨다”고 말했다.

사랑에 대한 수많은 개념을 쏟아내고 있지만, 상처받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정치적 사랑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도 힘을 키워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정의감만 가득할 뿐이다. 하지만 복음은 계속해서 십자가를 통한 부활의 길을 안내한다. 하느님 사랑에 기댄 용서야말로 가해자의 완고한 마음을 품어줄 수 있는 가장 큰 용기가 아닐까.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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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2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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