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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종 불문 환자들에게 위로 전하는 천사 수녀

프랑스 생드니교구에서 17년째 환자 방문하는 장현규 수녀(프랑스 성요한사도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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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서 17년째 병원 환자 방문 사도직을 수행하며 말기암 환자, 임종 환자를 위로하고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는 장현규 수녀.

 

 

 

 


매주 두 차례, 수녀는 이른 점심을 끝내자마자 왕복 전철 승차권만 달랑 손에 쥐고 수녀원을 나선다. 작은 가방 속에 묵주 여러 개와 상본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피부색도, 종교도, 국적도 다른 환자들을 만나기 위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이다.

주인공은 2002년부터 17년째 프랑스 생드니교구의 한 병원에서 ‘환자 방문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는 프랑스 성요한사도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71) 수녀다. 오랫동안 고통과 죽음 앞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말기암 환자, 임종 환자 등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 있는 장 수녀가 잠시 귀국해 10월 24일 만났다. 얼굴만 드러낸 베일 위, 안경 너머 따스한 눈빛에서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큰 위로를 전해왔을지 가늠이 됐다.

“그리스도인이든 무슬림이든 유다인이든 제겐 종교, 인종에 어떠한 벽도 없어요. 오로지 하느님 사랑을 전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바치며 병원에 들어섭니다. 그들도 마음을 열어 저를 반기고, 그들의 환대에 저도 위로를 얻습니다. 모두 하느님 은총 안의 만남이니까요.”



사도직 이야기 담은 책 「그대들을… 」 출간

장 수녀가 사는 베르사유수도원에서 오베흐빌리에 라호즈레병원까지는 편도로만 꼬박 2시간. 서울과 대전 거리를 매주 이틀씩 17년째 오가고 있다. 특히 생드니 지역은 아프리카인, 동양인, 아랍인 등 80여 개국 사람들과 종교인이 모여 사는 곳. 대부분 타지에서 온 가난한 노동자들이다. 오죽하면 생드니교구 별명이 ‘무지개 교구’다.

유다인이 설립한 라호즈레병원을 장 수녀에게 소개해 준 이는 바로 한국에서 사목했던 오영진(Olivier de Berranger, 전 생드니교구장, 2017년 선종) 주교였다. 1976년부터 17년간 한국에서 ‘가난한 이들의 대부’로 불리며 노동사목을 했던 프랑스인 오 주교는 1996년 주교품을 받은 뒤 생드니교구장이 됐다. 한국 사랑이 넘치던 오 주교를 통해 2002년 새 사도직을 시작한 장 수녀는 이후 때마다 오 주교에게 환자 방문 일지를 상세히 적어 전했고, 오 주교는 그 내용을 불어로 번역해 생드니교구 온라인 홈페이지와 수도 공동체에 널리 알렸다. 주교의 격려에 힘입어 2018년 장 수녀는 사도직 이야기를 담은 책 「그대들을 사랑합니다」를 국내에 출간했다.

사도직 이름만 ‘환자 방문’이지, 장 수녀가 수행하는 활동은 종교 일치, 이민자ㆍ난민 환대, 선교, 나눔이 모두 이뤄지는 ‘종합 사도직’이다. 「그대들을 사랑합니다」에는 병원에서 펼쳐진 감동적인 이야기 60여 편이 줄곧 이어진다. 장 수녀는 “300여 명을 수용하는 병원은 그야말로 인생의 축소판”이라며 “모든 이들의 아픔은 이곳에 다 있다”고 했다.

장 수녀는 한 시간이고 말없이 환자 눈을 바라봐주고, 또 한참이나 이야기도 들어준다. 치유에 관한 구절을 찾아 성경을 읽어주고, 성가도 불러준다. 무슬림 환자들에겐 그들 언어로 “인샬라(신의 뜻대로)” 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임종을 앞둔 무슬림 환자의 가족 요청으로 장 수녀는 가톨릭 방식으로, 그들은 자신들 방식으로 기도하는 광경도 벌어진다. 홀로 선종한 젊은 무연고자가 유일한 친구였던 장 수녀의 묵주와 상본을 가슴 위에 얹고 떠난 사연 등 감동적인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따뜻한 미소가 갖는 힘

“이분들은 모두 마음이 추운 분들이에요. 저는 그들 마음에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을 채워줄 뿐이죠. 그들이나 저나 가난한 나그네예요. 긴말 필요없이 따뜻한 미소만으로도 서로 위로를 전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죠.”

장 수녀는 신자 환자들에게 묵주와 상본을 건네며 잊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남북으로 갈라진 한국을 위해서도 꼭 기도해 달라”는 것이다. 그들도 자신들의 신에게 “남북 통일을 위해 꼭 기도하겠다”고 답한다.

장 수녀는 책 판매 수익금으로 오랜 바람이던 ‘성경 선물하기’를 한 번 했다. “작은 성경 23권을 선물했는데, 직원과 환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라”고 했다. “‘이렇게 저를 당신 도구로 써주심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하고 기도해요. 예수님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평화를 환자들과 계속 나눌 겁니다. 고독의 자리에 하느님을 모셔가는 것이 제 소명이니까요.”

도서 구입 문의 : 070-7012-0727, 1만 원, 갤러리운수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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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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