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시사진단] 피라미드 아래쪽 가난한 이들을 위한 비즈니스(설지인, 마리아 막달레나, 아프리카개발은행 개발금융 전문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현재 세계 인구의 약 70는 하루 미화 2.5달러에서 10달러로 사는 빈곤ㆍ저소득층으로, 경제 피라미드 아래쪽에 있다 하여 이 지점을 ‘BoP(Base of the Pyramid)’라 부른다. 이들은 하루 1.9달러 미만의 최빈곤층과 달리 원조 대상이 아니며,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유지ㆍ개선하기 위해 악착같은 경제 활동으로 6000조 원이 넘는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히 비효율적인 시장에 갇혀 있다. 일례로 마닐라 동부 빈민촌 사람들은 시에서 제공하는 깨끗한 물보다 6배 넘는 가격에 오염된 물을 얻고 있었다. ‘마닐라 워터 컴퍼니’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마닐라 동부 빈민촌 지역은 시 정부의 송수관을 파열해 불법으로 빼낸 물로 장사하는 마피아 집단이 유일한 물 공급자였다. 마닐라 워터는 빈민가에서도 상업적 운영이 가능한 송수망 구조를 착안해 정부 송수관에 연결하고자 했고, 1997년 자사만의 인프라를 빠르게 설치했다. 그 결과 동부 전역에서 24시간 물을 공급해 110만 가구가 훨씬 낮은 비용으로 깨끗한 물을 얻게 되었다. 12년간 지역 수도료 납부 가구가 37에서 84로 증가했고, 회사는 매년 15의 자기자본 이익률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마피아 집단이 마닐라 워터 송수관을 파괴하려 들자 지역 주민들이 직접 대항하여 송수관을 지켰다. 성공적인 BoP 비즈니스 사례이다.

인도 힌두스탄 유니레버도 BoP 사업의 혁신적인 모델을 수립했다. 기존의 2억 2000만 소비자층 시장에서 타사와 경쟁하는 와중에 시장 가능성이 없는 5억 명의 빈곤층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은 것이다. 유니레버는 훨씬 낮은 가격의 제품 라인을 개발했다. 그리고 5억 신시장에 도달하기 위해 300개 넘는 NGO와 협력하여 빈곤층 여성을 판매원으로 양성, 소액 대출을 함께 제공하여 시골에도 이르는 독특한 유통망을 형성했다. 여성 판매원들의 활동이 급성장하면서 매출도 빠르게 증가해 BoP 사업은 유니레버 총매출의 5를 차지하게 된다.

이외에도 여러 사례가 있다. 개도국 HIV/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 환자들에게도 약을 공급하기 위해 길리어드는 주요 치료제의 특허권을 인도와 남아공 제약회사에 넘기며 기술 이전 비용을 받지 않았다. 단, 약 판매에 5 로열티만을 책정했다. 개도국 제약회사들은 훨씬 낮은 가격의 치료제로 신흥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해 불과 몇 년 후 개도국 환자 140만 명이 약을 공급받았다. 길리어드는 60억 원의 잉여금을 얻었고, 개도국에는 다른 치료제 진입을 위한 규제환경이 조성되었다.

결국, 피라미드 아래쪽에서 승패를 가르는 첫째 조건은 진정성이다. 상품ㆍ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할 일을 마쳤다 생각한다면 BoP 시장에서는 이윤을 위해 가난한 이들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둘째는 규모의 확보다. 아프리카 사파리컴이 소액결제 문제를 공동체 결제 방식으로 전환했고, 아프가니스탄 로샨이 주민들 스스로 유통망이 되게 하여 초기부터 가입자 350만 명을 확보한 것처럼 말이다.

BoP는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꾼이 적은 지점이다. 아직 경험이 없는 기업이라면 현존하는 시장과 모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첫걸음이 된다. 그래서 최근 국내 기업이 세계은행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목표) 펀드에 참여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피라미드 아래쪽에서의 역할에 대한 기업가들의 더 깊은 고민을 기대해 본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10-3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6

콜로 2장 6절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였으니 그분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