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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사랑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

도재진 바오로(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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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곳곳에서 알 수 없는 외침들이 울려 퍼진다. 무슨 소리일까? 귀를 기울여봐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바로 알아차리고 행동으로 옮긴다. 비결은 관심과 사랑이었다.

대학생 때 창세기 성서모임 과정을 끝내고 창세기 연수를 다녀왔다. 3박 4일의 연수에서 돌아오니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하지 못하는 일, 또 못할 일은 없었다. 창세기 성서모임 봉사자도, 가톨릭학생회 회장도 하겠다고 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학교 근처에 있는 한 본당에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봉사동아리가 있었다. 동아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미리 가서 본 동아리 활동 모습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아직 그 일은 하지 못하고 있다.

10월 23일은 의정부교구 사회복지법인 대건 카리타스(이사장 이기헌 주교) 산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해밀’(원장 임복희)이 설립 10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해밀은 고양시 식사동성당(주임 김동훈 신부)에서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해밀에는 30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곁에는 28명의 교사가 있다.

이날 성당에는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장애인들과 교사들이 짝을 지어 앉아 있었다. 이들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였다. 단순히 소리를 내거나 몸짓만 하는 것 같은데도 교사들은 알아서 척척 움직였다.

미사가 끝나고 축하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행사 중 유독 한 교사에게 눈길이 갔다. 어린 여자아이를 안고 있는 여교사였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의자를 계속 발로 찼는데 여교사는 얼굴을 찡그리기는커녕 환하게 웃었다. 소리를 지르고 발로 차는 아이에게 한 번도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이가 그럴수록 그 여교사는 웃으면서 아이를 안아줬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여교사가 ‘그 아이 담당이고 그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진짜는 그 여교사가 그 아이에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관심과 사랑’을 쏟았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우리와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당장 ‘사랑’을 주는 것이 어렵다면 ‘작은 관심’을 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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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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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 2장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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