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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칼을 쳐서 보습으로 / 박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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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가 있던 곳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민간시설로 바꾸는 것은 여러 난관이 있습니다. 직업군인들의 반발도 있겠고 군부대와 함께 발전한 지역산업의 저항도 있겠고 군부대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있기에 다른 용도로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군부대가 갖는 영토 수호적인 의미를 감안한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북쪽도 군부대가 있던 부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최고 수뇌부의 지시 하나로 일사천리 일이 진행되는 사회라 이러한 시설물의 건축이나 철거, 이동 등이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전시상태 임을 강조하고 강대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북쪽에서 이러한 입장의 변화를 보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개성공단이야말로 북쪽의 군부대를 민간시설로 전환한 최초 사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개성공단이 있던 자리에는 북쪽의 주요 군사력인 2군단 4사단, 6사단, 64기갑여단 등 6만여 명의 정예병력이 있었던 곳이니까요.

최근 군사시설을 민간에서 활용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북쪽의 자료들을 통해 자주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민간에서 활용될 스키장 설비들을 중요 군수공장에서 직접 만들 것을 지시한 바가 있고요. 2018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군부대 부지를 온실농장과 양묘장으로 바꾸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함경북도 경성군의 승암 비행장, 중평 비행장 등이 있던 곳입니다만 지금은 ‘중평남새온실 농장마을’이라는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이곳에는 주택, 공공건물, 학교, 유치원, 탁아소, 병원 등이 함께 건설되고 있다 합니다. 인근에 지어진 양묘장에는 연간 2000만 그루의 나무를 키울 수 있다고도 하고요. 북쪽은 이곳 ‘중평남새온실 농장마을’을 농촌 마을 개선사업의 표본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간 마을 개선사업의 표본으로 삼지연군을 지정한 것처럼 말이죠.

물론 이곳에 있던 군부대가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군사적 용도가 다했거나, 여러 효율성을 고려해 통폐합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군사시설을 민간 차원으로 전환하려는 북쪽의 노력은 우리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비록 더디지만 이러한 노력은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군사비 지출로 민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면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군수용도를 민수용도로 전환하는 일이 더욱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체제 안전’에 대한 북쪽의 두려움이 완화될 수 있도록 우리와 국제사회 모두의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칼을 쳐서 보습으로’ 바꾸는 것은 어느 한 쪽만의 결단보다는 모두의 정성이 합쳐져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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