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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특별한 장례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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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대구대교구 경산성당에서는 특별한 장례미사가 봉헌됐습니다. 뇌성마비 1급장애로 42년을 누워 지낸 남지민(보나)씨의 장례미사. 보나씨의 소원은 주님의 나라에 가는 날, 검고 어두운 슬픈 장례식이 아닌 예쁜 꽃길과 분홍색 리본으로 장식된 곳에서 기쁜 마음으로 주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곁에서 묵묵히 보나씨의 소원이 이뤄지도록 도운, 대모님의 편지로 사연을 전합니다.


보나가 떠나던 날, 천상으로 님을 찾아가는 것을 축복이라도 하듯 기쁨의 눈물 같은 빗물이 쏟아졌다.

하루 종일 가만히 누워서 엄마의 손을 빌려 모든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42년의 세월이었지만, 엄마의 도움으로 비가 오거나 세찬 바람이 불어도 휠체어를 타고 12년간 결석도 없이 위풍당당하게 졸업한 너는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행복하고 고맙다고 하였지.

고통 중에도 마치 성녀 소화데레사처럼 오로지 주님만을 생각하고 기도하는 모습과 성모님께 향한 성모신심은 대단했지. 너는 묵주기도도 창문에 색종이를 한 장씩 오려 붙여 손대신 눈으로 읊으며 한 알 한 알 정성스레 성모님께 기도를 바쳤지.

어느 날 너무 아파 엎드려 신음하고 있을 때 주님께서 다가오시기에 “제발 저를 주님께 데려가 주세요” 했더니, “보나야, 때가 아니다. 아직 더 많은 고통을 참아야 한다”고 하셨다며, 주님 나라에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한다고 서운함을 드러냈었지.

한 달에 한 번 봉성체 하러 오시는 신부님께 성사를 청하면 “보나는 천사라서 성사 볼 게 있나”고 하셨고, 너는 “아닙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피조물에 불과합니다”라고 대답했지. 언제든지 주님께서 “보나야, 가자”하시면 “네” 하고 따라 가겠다던 너는 장애가 심하다고 비관하지도 않았고 그대로 받아들였지.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보나는 사랑받기 위해 기도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했지.

천상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하늘나라에서 꼭 만날 거라고, 그리고 42년 동안 쓴 천기저귀를 동아줄처럼 엮어 내려보낼 테니 타고 올라와 하늘나라에서 만나자던 너. “엄마는 해, 나는 엄마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꽃이니 하늘나라 해바라기 꽃밭에서 기다릴게요”하던 보나는 작년 2월 병원에서 길어야 두 달밖에 살 수 없다고 했지만 1년 반을 더 우리 곁에 머물다 떠났다.

너의 소원. 언젠가 하늘나라로 떠날 때 핑크색 천으로 덮어주고 꽃길 만들어서…, 고통 없는 곳으로 가는 기쁜 날이니 엄마는 예쁘게 화장하고 성가 218번(주여 당신 종이 여기)을 불러 달랬지.

주임신부님의 배려로 보좌신부님과 수녀님, 제대회원들이 너의 뜻을 따라 꽃길도 만들고 제대 꽃장식도 네가 좋아하는 해바라기 꽃으로 꾸미고. 성가 521번(고통도 없으리라)을 형제님의 특송으로 들으며 너는 제대 앞에서 주님을 뵈러 본향으로 간다고 들뜬 신부 마냥 설레고 행복했으리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지만 늘 감사하며 기도하고 처해있는 있는 상황에 그저 순명하고 받아들이던 보나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고통 없는 그곳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지?

기쁜 소식 하나 전할게. 아빠가 너 떠난 후 열심히 미사에 참례하고 11월 20일 예비신자 입교식에 등록하여 세례 받겠대. 네 소원 이루어졌네.

사랑한다, 보나야.


-대모 율리안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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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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