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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내 안의 보물찾기(정석, 예로니모,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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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에 다니던 2002년 봄에 6개월 연구년 기회를 얻었다. 2000년과 2001년 두 해 동안 북촌과 인사동 보전 계획 책임을 동시에 져 고생한 뒤여서인지 북경에서 보낸 6개월은 말 그대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아침 일찍 학원에 가서 중국어 공부를 한 뒤 북경연구원에 출근해 북경 공부도 하고 서울의 경험도 나누며 즐겁게 지냈다. 주말에는 북경 한인성당에서 성가대 활동도 했고 소공동체 모임에도 빠지지 않았다. 레지오에 입단해 주회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유학생과 주재원들의 테니스 동아리에도 가입해 종종 땀을 흘린 뒤 한국보다 엄청나게 착한 값의 맥주와 양꼬치로 푸짐한 뒤풀이도 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참 좋은 형님들, 친구들, 아우들을 만났으니 복된 반년이었다.

그때 만나 지금껏 형제처럼 지내는 아우와 오랜만에 만나 술잔을 주고받는데 자식 얘기를 꺼낸다. 둘째 딸이 올해 대학에 갔는데 첫 학기를 잘 보내지 못했고, 진로에 대해서도 별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걱정을 털어놓는다. 북경에 있을 때 아장아장 걷던 꼬맹이가 대학생이 되었다니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겸사겸사 얼굴도 보고 상담도 할 겸 보자고 했더니 일주일 뒤쯤 찾아왔다.

내 눈엔 아주 명랑하고 당당한 청년인데, 아빠 눈에는 양이 안 찼나 보다. 한 시간 남짓 대화를 나눈 뒤 숙제를 하나 내주었다. 매일 매일 자신의 보물을, 장점을 하나씩 찾아서 문자로 보내라고 했더니 꼬박꼬박 숙제해서 보내왔다. 장점을 보내오면 나도 답장을 했다. 한 달 동안 그 아이가 스스로 찾아낸 보물들을 여기에 옮긴다.

“성격이 활달해 힘든 일이 닥쳐도 훌훌 털어냅니다. 악기를 잘 다뤄요, 피아노와 가야금까지요. 건강해서 감기에 잘 안 걸려요. 마음먹으면 끝까지 해요. 하루에 최소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해요. 지각 안 해요. 친구들 고민 상담을 잘 해줘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낯가리지 않아요. 알람 소리 들으면 벌떡 일어나요. 아픈 것 잘 참아요. 남 돕는 것 좋아해요. 봉사활동 자주 해요. 수업 듣고 나면 꼭 복습해요. 아르바이트할 때 시키지 않는 일도 찾아서 해요. 파워포인트 잘 만들어요. 뭐든 잘 먹어요. 과제를 미루지 않아요. 길 찾기 잘해요. 노트필기 잘해요. 플래너를 잘 활용해요. 마음먹으면 다이어트 열심히 실천해요. 방향감각이 좋아 길 찾기 잘해요. 맛집을 잘 찾아요. 이타적인 마음이 있어요. 꿈이 많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친구들과 오해 생기면 바로 풀어요. 운동신경이 좋아요. 요령 있게 공부해요. 또래들보다 클래식 음악을 많이 알아요. 화장 기술이 뛰어나요.”

이렇게 많은 장점을 가진 아이인데 부모는 왜 걱정을 했을까. 아이가 찾아낸 장점들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이런 친구라면 같이 일하고 싶다며, 며느리 삼고 싶다며 칭찬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아이나 어른이나 자기 장점을 자신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찾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찾아보면 보인다. 내 안의 보물들이. 한 달 동안 보물찾기 숙제를 매일매일 하느라 고생했다고 칭찬해주었더니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한 달 동안 제 장점을 찾았던 일,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많은 장점을 찾고, 그 장점들 가운데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해볼게요! 감사합니다.”

내 안의 보물찾기 숙제, 당신도 한 번 해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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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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