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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편지] 사랑과 나눔과 베풂에 이골이 나야 / 김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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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나와 평생을 같이 하던 아내가 3년여의 병고 끝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임종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면서 삶과 죽음을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느꼈다. 삶이 무엇이며 죽음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잘살아 보겠다고 평생을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아내의 모습과 병고에 시달려 정신마저 나약해져 가는 아내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깊은 상심에 빠지기도 했다.

아름답게 살다가 깨끗하게 이 세상을 떠날 수는 없을까? 하는 물음 앞에 서게 되었다.

아름답게 살려면 먼저 모든 것을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 속도 편해지고, 남을 용서하고 남을 이해하는 마음도 생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용서와 화해가 없는 세상은 건강한 사회, 온전한 나라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고(故) 넬슨 만델라를 보라! 정치적인 탄압으로 수감되어 2평도 되지 않는 좁디좁은 감방에서 무려 27년 동안 갇혀 있으면서 백인들의 학대와 멸시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감옥에서 풀려나오면서 하는 첫마디가 “용서와 화해로 하나가 되자”고 외쳤다. 그 뒤 그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사에서 “정치보복은 없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약속한 그대로 그가 집권하는 동안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갈가리 찢어졌던 백인과 흑인 사회를 “용서와 화해”로 하나로 통합하고, 온전한 나라로 만들어 나갔다.

우리가 사는 세상,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용서와 화해가 없이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어갈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가 이해관계를 떠나서 말 한마디, 몸짓 하나라도 따뜻하게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레 사랑과 나눔과 베풂의 마음이 절로 움트게 되는 것이다. 사랑과 나눔과 베풂이 없는 사회는 죽어가는 사회,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어느 미국 사회학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미국 자본주의의 장점은 사랑과 나눔과 베풂에 있다고! 오늘날 미국의 자본주의가 저렇게 융성하는 것도 오로지 사랑과 나눔과 베풂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미국 국민들은 재벌이나 가진 이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존경과 경의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들은 사랑과 나눔과 베풂에 이골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을 벌면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을 하나의 의무요 책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건전한 사회요, 융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도 머지않아 사람의 아들 아기 예수가 태어난 교회의 최대의 명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스산한 세밑에 우리들만 기쁨과 즐거움을 나눌 것이 아니라 교회와 교우가 하나가 되어 주변에 늘여 있는 가난하고 불쌍한 이웃들을 돕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길만이 교회가 사는 길이요, 교우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아름답게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 그 뒷모습이 더욱 아름다워야 진실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다가 깨끗하게 가노라고 노래할 수 있으리라.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월준(파스칼) 시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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