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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이라크 시위를 보면서(박현도, 스테파노,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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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영국이 만든 나라다. ‘이라크’라는 말은 원래 아랍 지리학자들이 지금의 이라크 남부를 가리키던 말이었는데 영국이 국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서쪽과 북동쪽까지 포함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이라크라는 나라를 세웠다. 구약성경의 무대인 메소포타미아가 지금의 이라크인데, 지금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이곳을 다스리고 있었다. 오스만튀르크와 제1차 세계대전에서 격돌한 영국은 승리를 예감하고 이곳에 국가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고, 결국 1918년 종전 후 1920년 11월 11일 국제연맹으로부터 이라크 보호통치권을 받았다.

이라크는 애초 국민 국가를 만들기 어려운 곳이었다. 아랍어를 쓰는 서부의 순니파(약 20%), 아랍어를 쓰는 남부의 시아파(약 60%), 쿠르드어를 쓰는 북동부의 순니파(약 20%) 등 종파와 언어에 따라 크게 셋으로 분리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쿠르드어를 쓰는 사람과 아랍어를 쓰는 사람으로 나누어 2개 국가를 만들거나, 언어와 종파를 고려해서 아랍 순니, 아랍 시아, 쿠르드로 나누어 3개 국가를 세웠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쿠르드 지역에서 석유가 나자 영국은 쿠르드 독립안을 거두어버렸다. 그리고 아랍 지역에서는 다수인 시아파가 아니라 순니파와 협력하였다. 이라크 국가 설계의 기초를 놓았던 영국의 거트루드 벨이 종교적 광기를 지녀 위험하고 전근대적인 시아파보다는 더 문명인인 소수 순니파가 이 지역의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원칙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소수가 다수를 다스리려면 권위주의 철권통치 외에 다른 가능한 방법이 있을까? 193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라크는 1958년 군사 쿠데타로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들어서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회주의 바으스당의 일당 독재가 끝날 때까지 무력 통치로 일관하였지만, 국민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사담 후세인은 시아 무슬림과 쿠르드인을 혹독하게 다스렸고, 1988년 할랍자에서는 화학 가스 공격을 감행하여 순식간에 쿠르드인 5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미국은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이식하려고 하였다. 공정한 투표를 거쳐 민의를 반영한 새로운 정부에서 다수인 시아파 무슬림 세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IS가 발흥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정치 현실 때문이었다. 사담 후세인 잔당, 반미 세력, 반시아 세력이 총칼로 뭉쳐 부흥을 꾀한 것이다. 미국은 종파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중요한 자리를 서로 나눠 갖는 할당제를 적용하였다. 법으로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쿠르드, 총리는 시아, 국회의장은 순니가 맡았고, 그 밖의 주요 자리 또한 정파별로 나누어 가졌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장관이 잘못하면 국회에서 신랄하게 비판하여 교체하여야 하는데 A 장관이 속한 정파에서 보호하기 때문에 경질이 힘들다. 또 자리를 두고 부정부패가 심각하다.

이에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을 규탄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끼쳐 이라크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이란에게 나가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물론 시위 배후에는 이란에 반대하는 나라가 개입되어 있을 것이다. 종파, 정파로 나뉘어 외세의 마당이 된 이라크의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를 돌아보아야겠다. 이라크의 자립과 국민 화합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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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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