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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빠야따스에서 - 2(양상윤 신부,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전교회 중화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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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필리핀 빠야따스에서 했던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영양실조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이었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관심이 커져 직접적인 굶주림으로 사망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양실조 상태의 아이들은 가벼운 질병이 중증으로 옮아가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경제적으로나 위생적으로 열악한 환경이다 보니 제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영양실조 상태의 아이들에게 한 끼 식사의 의미는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을 넘어 생명이며 희망입니다.

영양실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급식은 일회성이 아닌 최소한 6개월 동안 지속해야 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30명의 아이에게 6개월 동안 급식할 수 있는 비용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당연히 6개월 후에는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고 또 중단할 때 중단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에 계시는 한 수녀님께서 급식이 중단된다는 소식을 우연히 들으시고 안타까운 마음에 급식이 중단되지 않도록 후원 미사를 주선해 주셨고, 또 다른 수녀님께서는 몇몇 지인들에게 부탁해 작은 후원 모임을 만드셨습니다.

30명의 가난한 아이들이 굶지 않았으면 하는 소박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급식을 돕기 시작한 이 모임은, 현재 많은 분이 동참해 주셔서 빠야따스뿐만 아니라 베트남, 페루, 에티오피아 등지의 가난한 아이들에게도 무료 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것을 나누고자 하시는 후원자분들이 있으시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렇게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이들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해서 돕는 것은 ‘나눔의 기쁨’을 알 때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줄 때보다 받을 때 더 큰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느낍니다. 하지만 받을 때 얻는 기쁨이 소낙비라면 나눌 때 얻는 기쁨은 가랑비인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 한낮에 내리는 소나기는 뜨거운 대지를 순식간에 식혀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시원함은 잠시뿐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무더위가 계속됩니다. 특히나 한꺼번에 내리는 비는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가버립니다. 하지만 조금씩 오랫동안 내리는 가랑비는 언제 더위를 식혀주는지도 모르게 더위를 식혀줍니다. 그리고 천천히 땅으로 스며들어 나무에도, 꽃에도, 풀에도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받을 때 얻는 기쁨이 소낙비처럼 한꺼번에 와서 잠시 머물다 잊히는 것이라면, 나눌 때 얻는 기쁨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스며들어 어느새 우리의 삶에 행복을 불어넣어 줍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12월, 적지만 내가 가진 것을 어려운 이들과 나누며 행복하게 한 해를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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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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