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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표창을 받은 김기례 수녀. 그는 25년 넘게 마다가스카르의 가난한 청소년들과 웃고 웃으며 함께 살고 있다. 김기례 수녀 제공 |
9일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살레시오수녀회 김기례(프란치스카) 수녀는 마다가스카르에서 25년째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1989년 아프리카 동남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한 첫 한국인 선교사다.
한국에서 종신서원 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선교학을 공부한 김 수녀는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 아이들을 만났다. 쓰레기가 널브러진 거리에서 뒤꿈치가 갈라진 채 맨발로 생활하는 아이들을 보고 기숙학교를 마련했다. 1991년 55명의 아이가 생활할 수 있는 기숙학교가 문을 열었다.
김 수녀는 주말이 되면 도시 주변부로 나갔다. 공항에서 5km 떨어진 곳에 초라한 시골 공소가 있는데, 그는 멀어서 도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고 음식을 나눠 먹었다. 유럽에서 보내온 천 조각으로 바느질해 함께 옷도 만들어 입었다. 처음에는 30여 명의 아이가 모였지만 2년이 지나자 400여 명으로 불어났다.
“해발 1300~1400m 고원 지역인 안타나나리보의 겨울은 바람이 매섭습니다. 겨울에도 아이들은 맨발에 얇은 셔츠 하나를 입고 거친 자갈밭과 흙길을 지나 공소로 몰려들었습니다. 작은 공소에서 다닥다닥 붙어 기도하고, 배움을 나누는 순간은 기쁨과 감사함이었어요.”
김 수녀는 6년 뒤 바닷가에 위치한 마장가 어촌 지역으로 옮겨갔다. 어린 시절 생계를 위해 배에서 고기를 잡는 사카라바족 남자아이들이 있었다. 마장가 지역에는 살레시오수녀회가 운영하는 성녀 데레사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와 기술고등학교가 있다. 김 수녀는 주말마다 시골 구석구석을 찾아가 이동식 주일학교를 열었다. 돈보스코 성인이 오갈 데 없는 청소년들에게 마련해준 교육공간 ‘오라토리오’가 김 수녀와 그가 속한 공동체를 통해 마다가스카르 곳곳에서 열렸다.
그는 2005년부터 안타나나리보 치다나 지역에서 7년간 성 프란치스코 학교장을 맡았다.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정부에서 인정을 받도록 중등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았다. 김 수녀는 “25년의 세월 중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마주할 때”라고 말했다.
2018년부터 성 프란치스코 치다나 유치원과 초ㆍ중등학교에서 학교장을 맡은 김 수녀는 마다가스카르에 우수한 교사들을 길러내는 게 꿈이다. 학교에서 훌륭한 교사를 많이 배출하면 이들이 마다가스카르의 시골 곳곳의 학교에 파견돼 배움의 씨앗을 퍼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