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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귀인 오류

장현민 시몬(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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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귀인 오류’는 다른 이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 요인을 과소평가하고 그의 내적, 기질적인 요인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다. 쉽게 말해 종업원은 ‘일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이를 자신에게만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게 ‘근본적 귀인 오류’다.

이러한 경향은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태양을 덮다- 후쿠시마의 기록’을 보면서, 그동안 ‘근본적 귀인 오류’에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했다. 그 안에는 흔한 재난 영화에 나오는 영웅도 악당도 없었다. 전력회사부터 일본 정부의 각료들까지, 영화 속 그들은 모두 예기치 못한 사고의 피해자로 비칠 뿐이었다. 영웅은 없더라도 어떻게 악당이 없을 수 있을까? 정보를 숨긴 원전 회사 측의 폐쇄성과 일본 정부의 무능함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배경이지 않나? ‘탈핵 르포 드라마’라고 자처하는 영화에서 ‘책임자’들을 ‘피해자’로 그리고 있다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영화의 제작자 타치바나 타미요시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사건을 살필수록 사람이 아닌 원전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력회사와 정부는 무능하고 많은 실수를 했지만, 그것이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전대미문의 사고 앞에서 그들 역시 무력한 인간일 뿐이었다.

상황 그 자체에서 원인을 찾자는 그의 말은 새로웠다. 어쩌면 사고 후 8년이 지난 지금도, 원전에 대한 신뢰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원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사람이 문제다’라는 ‘귀인 오류’가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역사학자 E.H. 카의 말처럼 필연은 늘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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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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