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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나의 정체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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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신앙생활을 하면서 깊은 상처를 받고 고통 속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도 없는 하느님 사랑을 알고 싶었다.

근 50여 년간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신앙 역시 너무도 부족했던 탓으로 고통에 빠질 때마다 그 전지전능하시고 자비하시다는 하느님께서는 제게 전혀 느껴지지도 다가오시지도 않는 참으로 답답하고 암담한 생활이 계속되었다. 하느님께 대한 원망과 신앙의 무기력함에 깊은 회의와 절망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러한 절망에서 헤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미사와 피정, 교육에 쫓아다녔다. 그러다가 시작한 성경공부를 지도자 과정까지 8년 동안 하게 되었다.

처음 성경공부는 단순한 성경내용 그 자체에 그쳤다. 성경내용을 읽고 단순한 뜻을 아는 정도이지 성경말씀이 나 자신의 삶과 깊이 연계되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약성경 강의 시간에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라는 주님의 강한 물으심이 들렸다. ‘나는 지금까지 하느님의 자녀로서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왔는가!’하고 나의 삶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모든 것은 하느님과 연계해서 저에게 주어지는 기쁨과 슬픔, 고통 모두가 다 하느님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고통의 순간도 모두가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 가까이 부르시는 사랑의 방법이라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하느님 사랑을 느끼고 부터는 하느님께서 슬픔과 고통 중에 있을 때 위로해 주시고 힘과 용기를 주시며 참담한 암흑 속에서도 빛이 되어 주시는 분이라는 신뢰가 내 마음속에 차츰 자리를 잡아 신앙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삶에 있어 하느님과의 만남을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하느님 사랑을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것을 너무도 많이 버려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가끔 고통이 닥쳐 올 때면 성경을 펼친다. 주님의 음성을 듣고 주님 사랑 안에 살고 있다는 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바로 성경공부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하느님의 은혜라고 여겨진다.

하느님 사랑의 방법은 인간의 방법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고통 중에서도 이젠 “제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사랑하십니까?”라는 신앙 고백을 할 수 있도록 하느님 아버지께서 저를 당신 가까이에 이끌어 주셨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으로 창조하셔서 인격적으로 대해주시며 거룩한 삶으로 구원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신다.

새로운 한해를 맞으면서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묵상하면 좋겠다. 하느님의 창조 원의대로 사랑과 믿음과 희망으로 충실히 살아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뿜으며 살아 갈 수 있도록, 각자의 신앙을 재정립하고 다짐하며 새롭게 출발하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었으면 한다.


※ 가톨릭신문 명예기자들이 삶과 신앙 속에서 얻은 묵상거리를 독자들과 나눕니다.




김연화(율리아나) 명예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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