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2일 은퇴하신 마산교구 허성학 신부님께 바칩니다.
오늘 은퇴하시는 사제 아브라함
허성학 신부님
대학병원에서 최근 임종한 한 분
팔순 형제의 마지막 말 들으셨는지요
유족들이 있는 자리, 이승의 누구가 제일로
보고싶어요? 물었을 때
‘허성학, 허성학’, 가느다란 소리로 말하며 그냥
어린이 울음으로 엉 엉
울었다는군요
그 울음으로 가는 길이 천국일까, 지켜보는 가족들
가슴 뜨거이, 눈시울 뜨거이 북받치는 울음
울었다는군요
축하드립니다 신부님.
사제의 길은 예수님 따라가는 길인데
딱 한 번 시작하여 앞만 보고 가는 직선의 길인데
길에는 벼랑이 있고, 바람 불고 눈보라
내리는 길인데
등 하나 켜고 불빛만 보고 가는 길 길고 멀었습니다
그러나 신부님 길위에서도 한없이
따뜻한 눈빛이요 가슴인 생애,
오늘 우리는 그 길을 승리로 마감하는 사제의
생애를 봅니다
하여, 한 시기 한 길목에서 사제와 신자로
만났던 사람들의 한 자리,
숱한 일화와 사랑의 편린들이 제가끔
기억의 등을 켜고 모여 와
신심의 축제를 벌이는 자리,
아브라함 신부님,
신부님이 세우셨던 봉곡 나눔의 집 기억하시겠지요?
무료 급식소라 하여
가난하고 먹거리 없는 사람들만 오는 집 아니라
한 벌 갖추어 입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음이 시린 사람들이 시린 배 데우기 위해
오는 집이라 하신 것 기억하시는지요
누군가 나를 간절히 부를 때
부르는 소리 듣고 그 자리 찾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 이끌어내는 것 사제의 길이라 하시고
그 길 위에서 40여년, 길 가면서
길 닦는 사제
쉬임없이 걸어오셨습니다
아, 고성땅 작은 마을 지붕 낮은 그 집
이제
성소의 명문입니다
남성동에서 태평동까지
딱 한 번 시작하여 굳은 결기 보여주신 그 길이
이제
성소의 순례길입니다
주여!
허성학 아브라함 사제에게 햇볕 내려 주소서
주께서 허락하신 하나의 길
십자가의 높이로 드높여 주소서
예수 마리아 드높여 주소서.
강희근(요셉)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