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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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주님이 주신 선물(조한철, 안토니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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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입시 경쟁은 참 뜨거웠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혁신학교, 대안학교, 봉사활동, 자율활동 등 교육의 다양한 측면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 시절엔 좋은 내신등급과 학력고사 점수를 받게 하는 게 모든 학교의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생은 그저 공부하는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학창 시절은 달랐습니다. 제 학창 시절은 학교가 아니라 성당 주일학교에서의 추억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시절은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고 항상 돌아가고픈 기억입니다.

저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볼 때 떠오르는 것들입니다. ‘친구들과의 추억, 멋진 선생님에 대한 동경, 형들에게 배우는 일탈, 이성에 대한 설렘과 마음 앓이, 수많은 꿈, 음악, 문학, 영화, 연예인,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적대감, 정의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 아무도 모르게 혼자 하는 가출, 그리고 기도와 주님 안에서 얻게 되는 안도감과 편안함….’

이런 저의 학창 시절 모든 기억에는 성당 주일학교 친구들과 선생님, 신부님, 수녀님이 함께 있습니다. 저희에게 성당은 지옥 같은 입시 전쟁에서 벗어나 웃을 수 있고, 숨 쉴 수 있는 천국이었습니다. 성당에서 크고 작은 행사들을 준비하면서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훌륭한 대안 교육을 성당 주일학교를 통해서 받은 셈이니, 당시의 저와 친구들은 참 축복받은 아이들이었습니다. 만약 성당 주일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저는 배우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일학교 연극반에서 연극을 처음 알게 되어, 매년 성당에서 연극 공연을 하면서 꿈을 키웠고 지금껏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배우는 신체적ㆍ심리적 유연함과 공감 능력, 내적 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낼 수 있는 투명한 표현력, 음악적·조형적 감각, 세상에 대한 관심과 통찰력 등 많은 요소가 발달하여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타고나기도 하고, 삶의 과정에서 축적되기도 하며 학습을 통해 개발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는 이러한 요소들이 대부분 성당 주일학교 시절의 경험을 통해 축적되고 학습되었습니다.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너무나 섬세하고 예민했던 그 시절에 학교에서의 강압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나의 몸짓을 표현할 수 있었던 성당에서의 경험 덕분에 저는 배우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성당 주일학교는 저에게 평생 추억하며 웃을 수 있는 학창 시절을 남겨 주었고, 배우로서 갖추어야 할 많은 감각과 배우라는 직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혹, 이런저런 이유로 자녀들을 성당 주일학교에 보내길 꺼리시는 부모들이 계신다면, 주님께 맡겨 보시길 자신 있게 권해봅니다. 주님은 당신들의 자녀에게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는 줄 수 없는 평생의 크나큰 선물을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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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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