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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주님이 주신 선물 - 아내(조한철, 안토니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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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8살의 저는 열정적이지만 가난한 연극배우였습니다. 평생 연극을 할 수 있다면 가난 따윈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일찌감치 결혼도 꿈꾸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운명처럼 저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흔한 말로 사랑의 불꽃이 튀어 눈이 멀어버려서 감히 제가 결혼을 하고 싶어진 것입니다.

사실 아내와 저는 성당 주일학교 초ㆍ중ㆍ고등부 활동을 함께했습니다. 졸업 후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만났지만, 저희에게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시간은 따로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만난 지 3일 만에 지금의 아내에게 프러포즈했고 3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3일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 3개월 만에 결혼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저는 저희의 결혼이 주님 안에서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이미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어떤 의심이나 불안도 없었습니다. 서로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저희 둘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과연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받을 수 있을까?’ ‘아무 수입도 없는 가난한 연극배우를 사위로 받아들여 주실까?’ ‘결혼은 현실이라고 하는데, 어디서 살지? 어떻게 살지? 무얼 하며 살지?’ 아무 대책이 없었습니다. 일단 퇴짜 맞을 각오를 하고 여자친구 집에 찾아갔습니다. 그저 “많이 사랑합니다”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예상외의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너희가 사랑해서 결혼한다는데 그거면 됐다. 어떻게 살아갈지는 너희 둘이 알아서 하면 되는 거고….”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약간의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왜 이렇게 쉽게 허락해 주실까?’ ‘이 귀한 딸을 이렇게 쉽게 내어주신단 말인가?’

아버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배우자는 주님이 주시는 선물이야. 주님이 주신 선물이니 내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이야”라고요.

저의 장인ㆍ장모님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에 ME 한국 대표 부부로 활동하시던 분들이었습니다. 부부의 사랑과 갈등, 소통과 대화법 등을 공부하고 교육하고 실천하며 사시는 분들이셨습니다. 결혼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분들이셨습니다. 그저 우리가 서로 많이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분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주님의 선물이 되어 결혼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여전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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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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