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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남북, 소극적 평화를 넘어서야(김태균, 그레고리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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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사용한다. 가내의 평화, 사회의 평화, 국가 간의 평화 등 우리는 매일 언론매체와 개인의 삶에서 이러한 표현을 쉽게 받아들이고 또한 쉽게 사용하고 있다. 평화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스스로 평화로움을 선호하는 인격체이자 갈등 관계에 있는 다른 집단과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는 이른바 ‘평화론자’임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종의 신호 효과에 취하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평화는 무엇을 의미하며, 우리가 지향하는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가? 평화를 필연적으로 이론(異論)이 경합하는 변화무쌍한 연속체(continuum)로 정의할 수 있듯이, 평화의 이행 주체가 평화를 인식하는 정도에 따라 그 목표와 성과가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다. 평화학 도입에 기여한 노르웨이의 사회학자 요한 갈퉁(Johan Galtung)에 따르면, 평화는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구분할 수 있으며 수많은 평화의 국면이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 사이의 연속선 상에 위치한다. 소극적 평화는 분쟁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갈등국면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최소한의 평화를 의미하는 한편, 적극적 평화는 분쟁 이후 평화구축과 사회통합 등 분쟁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동원하는 평화를 함축한다.

현재 우리가 원하는 평화는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북한과의 갈등국면을 단순히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우리 대북 정책의 핵심 목표라면 이는 소극적 평화에 해당할 것이다. 반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위하여 북한의 개발협력을 지원하고 북한과의 상호방문 등 협력의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적극적 평화를 한국 대북정책의 핵심적 가치로 강조할 수도 있다.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 사이에서 아마도 우리는 끊임없이 갈등하며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따라 두 평화의 개념 안에서 진자의 추를 계속 움직일 것이다.

우리가 평화를 논하면서 소극적 평화에 매몰되면 북한과의 비핵화 문제, 그리고 이와 관련된 모든 이슈가 한국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멈추게 되는 최소한의 방어전 수준에서 게임이 운영된다. 북한과의 갈등과 분쟁은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언제나 존재하는 상수이기 때문에, 큰 노력과 희생을 통해 이를 중단할 필요가 없고 물리적 출동만을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어전의 효과만이 필요하다. 북한도 한국의 한반도 위기관리정책으로 소극적 평화전략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며, 한국은 북한에 한반도의 현재 교착상태를 평화단계로 전환하는데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소극적 평화를 넘어서지 않으면 우리는 말만 앞세우는 적극적 평화의 방해자로 남게 된다. 지금은 비핵화 문제와 대북제재로 한반도에 온통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지속해서 같은 목소리로 북한의 개발과 중장기적인 평화구축을 강조하고 한국의 적극적 평화정책에 동조하는 글로벌 규범과 국제기구 등 제3의 파트너를 동원할 경우 북한도 한국의 일관된 대북정책을 중요한 변수로 받아들일 것이다.

적극적 평화를 대북 평화정책에 활용해야 한다. 분쟁과 평화의 팽팽한 수평선을 깨는 방법은 분쟁이 평화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을 극대화하는 것이지 적당히 수평을 유지하기 위한 소극적 관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화에 가장 해가 되는 적은 늘 평화의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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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2-1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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