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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조센징이 우물에 독을 탔다”

맹현균 마태오(보도제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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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 1일 일본에서 규모 8.0에 이르는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피해는 극심했다. 사망자와 실종자만 14만 명이 넘었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조선인들이 가옥에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 헛소문은 조선인에 대한 혐오와 폭력으로 이어졌고 수많은 조선인이 살해됐다.

관동대학살, 이 사건은 9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2020년에도 희생양 찾기는 계속되고 있다. 언론은 바이러스와 전혀 관련이 없는 서울의 중국인 밀집 지역을 오염 지역처럼 묘사했다. 온라인에는 중국을 ‘민폐의 나라’라고 부르며 강한 혐오를 보이는 반응도 있다.

혐오 정서는 들불처럼 빠르게 타올랐다. 유럽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동양인 전체로 확대됐다. 한 중국인은 이유 없이 기차에서 쫓겨나야 했고, 이탈리아의 한 음악학교에서는 동양인의 수업 참석을 금지해 논란이 됐다. 일부 유럽 언론은 동양인에 대한 차별적 문구를 지면에 실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는 인터뷰 중에 기침 한 번 했다가 온갖 조롱을 받아야 했다.

최근 SNS에는 ‘#Je Ne Suis Pas UnVirus’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서구권에서 살아가는 동양인들이 이유 없는 혐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하면서 벌이는 해시태그 운동이다. 오죽하면 “가장 위험하고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인종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우리는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가짜뉴스와 혐오로 인해 고통받은 적이 있다. 바이러스는 국적이 없다. 특정 인종도 아니다. 누군가를 혐오하는 것과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행동은 결코 바이러스를 치료할 백신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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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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