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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심장에 남는 사람 / 정현희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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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tvN의 남북한 로맨스 ‘사랑의 불시착’이 우리 꿈사리 가족을 TV 앞으로 집결시킨다. 아이들은 다시 보기를 반복하면서 주인공 윤세리와 리정혁의 대사를 줄줄줄 외운다.

고향에서 알판(DVD)으로 몰래 남한 드라마를 즐겨 보다 북한 남자와는 달리 친절하고 자상하고 훈남인 남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픈 순정과 열정으로 목숨 걸고 탈북을 한 아이도 있다. 이별 장면에서 윤세리가 했던 명대사, “다신 못 보겠죠? 아프리카도 가고, 남극도 가는데 당신은 참 하필 여기 사네요.” 이 말은 이별하면 영영 다시 볼 수 없는 애절한 사랑으로 아이들의 심장을 저격한다.

“인생의 길에 상봉과 이별/ 그 얼마나 많으랴/ 헤어진대도 헤어진대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 오랜 세월을 같이 있어도/ 기억 속에 없는 이 있고/ 잠깐 만나도 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이 노래는 북한에서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1989년 제작된 북한 영화 ‘심장에 남는 사람’의 주제곡이다. 이 노래를 안성 하나원 천주교반 주일미사 후 레크레이션 때 북한이탈여성의 구성지고 애끓는 목소리로 처음 들었을 때 내 심장은 마비된 듯했다. 내 마음을 훔쳐 읽은 듯해서.

북한이탈주민들은 숱한 상봉과 이별의 다리를 건넌다. 특히 많은 북한이탈여성들은 북에 남겨진 소중한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와 생이별을 하고 먹고살기 위해 중국으로 떠난다. 중국에서 숨죽여 살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부의 인연을 맺고 자식을 낳고 산다. 자식을 낳고도 신분 없이 살면서 온갖 수모와 착취, 학대를 당하면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다시 남한으로 탈출을 결심하고 중국의 가족들과 또 생이별을 한다. 그리고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면 치열한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티면서 덮쳐오는 서러움과 외로움, 열등감에 몸서리치며 서로 의지하고 마음을 나눌 사람을 만나 또 하나의 깊은 인연을 맺는다.

우리는 한평생을 살면서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한다. 오랜 시간 함께 했음에도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순간의 만남만으로 내게 살아가는 이유와 의미가 돼 심장 속에 따뜻한 피를 돌게 하는 사람이 있다.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예수님과의 짧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예수님을 닮은 참 인간이 돼 갔고, 예수님은 그들 심장 속에 영원한 기억으로 남아 우리에게 예수님과의 만남이 얼마나 고귀하고 절대적인 것인지를 죽음으로 증거했다.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 힘겹게 느껴지는 이 시대에 우리의 심장에서 잊히지 않는 이는 누구이고, 헤어졌어도 우리는 누군가의 심장 속에 남아 영원히 함께 하고픈 사람인가 깊이 물어 답하며 가슴으로 사는 날들이기를 소망해 본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현희 수녀(‘꿈사리공동체’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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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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