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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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바이러스와 사악한 종말론(박현도, 스테파노,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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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갑작스럽게 전국, 아니 세계를 강타하면서 우리의 삶이 위축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으로 감염 환자를 재빠르게 찾아내서 확산 가능성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던 참에 31번 신천지(新天地) 신도 확진 환자부터 시작된 감염 폭풍이 전국을 혼란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신천지 신도들 사이에서 급격히 퍼진 바이러스가 일반 국민들까지 공격하여 확진자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급기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막거나 격리 조처를 하기에 이르렀다.

감염자가 솔직하게 보건 당국에 신고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신천지 신도 감염자들은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신천지 지도부도 재빠르게 솔직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그나마 헌신적인 보건 당국의 신속한 조치가 있었기에 더 큰 화는 막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사실 신천지 지도부가 종교인이나 조직에 사회가 기대하는 정직함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굳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들이 그동안 자신들의 종말론을 선전하며 조직원을 끌어들인 방법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천지 조직원 그 누구도 스스로를 신천지인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소수 종교라 박해가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선교 방법이 정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천지는 선교 대상으로 삼은 사람을 먼저 다양한 사교 방식을 통해 꼬드긴 후 상당히 긴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성공하면 그제야 성경 공부 또는 인문학 공부, 또는 심리 공부를 해보자며 유인하여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조직원으로 끌어들인다. 당한 사람들은 몇 달이 지나서야 자신들이 배우는 것이 신천지 교리라는 것을 알지만, 인간관계나 여러 문제 때문에 쉽게 박차고 나오지 못한 채 거짓말쟁이들의 노예가 되어 사랑하는 부모, 부부, 자녀와 연을 끊는다. 한국 천주교 유사종교대책위원장 이금재 신부에 따르면 개인적 경험상 우리 신자 중 20~30가 신천지에 빠진다. 연인원 4000~6000명이니 본당 하나가 훌쩍 사라지는 셈이다.

로마 박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요한 묵시록을 역사적 맥락은 무시한 채 자기 멋대로 해석하여 만든 종말론으로 신천지가 사람들을 현혹한다. 이 세상을 즐겁고 정직하게 살아야 세상의 종말도 기쁘고 즐겁게 맞을 수 있다. 그런데 남의 교회 신도를 거짓말로 꼬드겨 빼 오는 그런 조직이 말하는 종말이 참되겠는가? 참으로 답답하다. “저는 신천지인입니다”라는 말도 솔직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종말이 참이겠는가? 참으로 황망하다. 하느님도, 예수님도 다 무시하고 교주 이만희를 만왕의 왕으로 삼는 그런 조직이 가르치는 종말론이 참이겠는가? 참으로 사악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신천지를 그리스도교 일파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 그리스도교라면 적어도 예수님과 관계된 종교여야 하는데 이만희가 왕인 신천지를 어찌 그리스도교의 한 교파라고 할 수 있겠는가!

5세기 교부 테오도레토스는 아라비아를 가리켜 그리스도교 이단의 본거지(Haeresium ferax)라고 하였는데, 오늘날 이단의 본거지는 우리나라인 것 같다. 아니 이금재 신부 표현처럼 ‘사이비’, 즉 짝퉁의 본거지다. 허접한 거짓말에 속지 말자. 성경과 함께 오랜 사도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가 그리 허술하다면 너무 슬프지 아니한가! 십자가를 보며 주변을 다시 돌아보는 방역의 계절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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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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