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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온전함, 가장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 되는 것 / 임미정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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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이제까지 겪지 못한 초유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도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으로 몇 주간 미사를 중단하면서 매일미사를 봉헌하던 신자들의 마음이 더욱 어려우리라 여겨집니다. 제가 소속된 서울대교구도 재의 수요일부터 미사가 중단되어 특별한 사순 시기를 맞게 되었는데 어쩜 지금 이 시기가 박해시대보다 더 간절히 ‘미사전례’를 갈망하며 미사에 담긴 깊은 의미를 새기는 귀중한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1월말부터 우리나라에 전파된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하다 2월 중순부터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언론에서는 연일 많은 뉴스들을 쏟아냈습니다. 뉴스의 대부분은 집단감염의 원인이 된 신천지교회 관련이었습니다. 그중 청도의 한 요양병원 폐쇄병동에서 오랜 기간 입원한 정신질환 환우들이 집단감염되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는 소식은 우리 마음을 많이 무겁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즈음에 대구지역의 한 장애인단체와 이주민센터 등에서는 감염예방에 필수인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이 턱없이 부족하고 직접 구입하기도 어렵다는 내용의 호소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전국적 규모로 확산되면서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품절되는 등 모든 국민이 부족한 상황을 겪고 있지만, 확산 초기부터 지금까지 장애우들, 이주민들이 일반인에 비해 그 접근성이 훨씬 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이들 외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배달·택배 노동자, 청소·미화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기타 위험한 산업현장의 노동자들, 노숙인들이 감염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어 재난상황에서 더욱 어렵고 힘든 이들이 바로 인권과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이 무거운 현실이 우리 신앙인들에게 중요한 과제로 남습니다.

우리 ‘몸의 중심’은 어디일까요? 젊은 시절 가난한 노동자였던 정세훈 시인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기억하며 ‘몸의 중심’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몸의 중심으로 마음이 간다. 아프지 말라고 어루만진다./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 / 아픈 곳!/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처 난 곳/ 그곳으로 온몸이 움직인다.”

이 시는 우리의 연민과 연대가 가닿는 곳이 어디인지를, 소중하게 여겨야할 중심이 어디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는데, 이 시와 비슷한 구절이 코린토 1서에도 있습니다. 코린토 1서는 더 나아가 가장 약한 지체가 겪는 고통이 바로 몸 전체가 겪는 고통임을 말해줍니다.

“몸의 지체 가운데에서 약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오히려 더 요긴합니다. 우리는 몸의 지체 가운데에서 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특별히 소중하게 감쌉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1코린 12,22-23; 26)

“하느님 백성 안에서 가난한 사람은 특별한 자리를 차지합니다.”(「복음의 기쁨」 중)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인 사회교리 100여년의 역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 교회의 중요한 사명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사회교리문헌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가난한 이들의 사회적 통합(integrity)’:186-216항)에서도 이 주제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 한 사회, 한 공동체의 온전함(integrity)은 그 안에서 가장 약한 이들의 온전함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것은 온전함(integrity)의 의미가 ‘전체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보전(保全))’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상의 전례를 봉헌하지 못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다행히 교회 안팎에서 들려오는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위로와 배려, 후원의 소식들이 미사전례 안에 담긴 의미를 더욱 살아있게 하고 있습니다.

말씀과 성찬례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우선적으로 전하는 일, 그것이 미사전례에 담긴 합당한 의미이고, 사순절의 막바지 파스카 여정에 다다르고 있는 우리 신앙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재촉하는 부르심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봅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미정 수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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