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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엉뚱한 상상 / 박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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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은 두 개의 의미 있는 일정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고 다른 하나는 6ㆍ15 공동선언 20주년입니다. 어르신 세대의 눈으로 보았을 때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드실 것 같습니다. 사람으로 보자면 한국전쟁은 한 생을 오롯이 보내고 주변을 아름답게 정리하려는 어르신의 나이가 돼 버렸고 6ㆍ15 공동선언은 한창 뜀박질을 하며 열정을 피워낼 청년의 나이가 돼 버렸으니 말입니다.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는 두 개의 상반된 일정이 의미 있는 숫자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올해 6월을 그냥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더군다나 지난해까지 진행됐던 우리 정부와 북쪽, 미국 사이의 대화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가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고 무한정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비록 북쪽이 작년 말까지 대화의 시한을 정해 놓았고 그 이후 대화의 문을 닫은 채 내부결속을 강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동계훈련이 마무리되는 3월이 지나면 북쪽도 대화를 다시 재개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시기에 우리가 북쪽과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바로 올해 6월에 맞춰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징적인 행사를 해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군사적인 분야의 대화가 어렵다면 비정치군사적인 대화를 지속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정착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류열풍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문화적 역량을 활용해 이런 의미를 국제사회에 알려 보는 것도 나을 것 같습니다. 공연장소는 유엔사 관할지역 인근에 있는 도라산역이 의미 있어 보입니다. 남과 북이라고 하는 접경국가, 그 중에서도 유엔사라고 하는 군대가 지키고 있는 휴전선 인근지역이 국제사회가 바라보기에는 적절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BTS)와 같은 그룹이 6월을 맞아 평화를 기원하는 공연을 진행하고 이러한 공연의 취지를 북쪽에도 알려 같은 시간대에 진행을 한다면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참석한 외국인들이 캠프 그리브스(경기도 파주 소재 옛 미군 주둔지)에서 1박을 한다면 한반도의 상황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한국전쟁의 상흔을 극복하며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염원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공연과 함께 그림 전시나 조형물 제작도 도라산역 인근에서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접경지역을 평화지역으로 상징화하는 작업들을 남북이 서로 해 보는 것이죠. 이렇게 하나씩 진행하다 보면 정치군사적인 분야까지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여러분 각자가 희망이 실현되도록 끝까지 같은 열성을 보여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히브 6,11)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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