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신앙단상] 선물이라뇨?(한승우, 크리스티나, 장애인주일학교 자모회·서울대교구 등촌1동본당)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몇 해 전 장애 아이 둘과 사는 제가 힘들어 보이고, 삶에 지쳐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한 친구가 영신수련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타인들과의 나눔이 싫어 외면하다가 소개해준 친구의 체면을 생각해 마지못해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예수님이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하시는 성경 구절을 묵상할 때였습니다. 제 눈앞에 뽀얗게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맑은 생수를 바라보며 ‘와! 저 맑은 샘물, 우리 아이들에게 먹여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습니다.

“너의 아이들은 내가 너에게 준 선물이다.”

“뭐라고요? 지금 뭐라 말씀하신 거예요?” 그 말씀에 전 너무너무 화가 나서 “아니요, 아니요! 저는 그런 선물 원하지 않았어요. 절대! 절대로요!” 도리질 치며 묵상 시간 내내 통곡하며 울었습니다.

“주님! 망망대해에 노 없이 저희 세 식구만 돛단배 타고 있는 모습 보이시나요? 또 이 아이들과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시나요? 하나도 아닌 둘을 어찌 감당하라고요?”

그때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냉담하던 중, 독실한 불교 신자인 언니의 소개로 어느 스님을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에 스님께서 제게, “보살님! 보살님의 아이들은 보살님에게는 선물입니다”라고 말씀하시는데, 갑자기 누군가 저의 뒤통수를 때린 것처럼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밖으로 나와 주저앉아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몇 해 전 영신수련 때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고통도 은총이다’ ‘견딜만한 사람에게 고통도 주신다’는 말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왜 그런 선물을 주셨는지 이해할 수 없어 주님을 미워하고 원망했습니다. 사면초가에 둘러싸인 듯한 제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주님께서 내미는 손길을 뿌리쳤습니다. 저의 삶만 힘들고, 억울하고, 초라하게 느껴졌기에 저는 하느님을 외면하고 또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어떻게 주님의 말씀을 잊고 살았을까?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고 했는데 난 보고도 듣고도 믿지 않았으니….

고통도 은총이라는 것을 진작 알고 느꼈더라면 이렇게까지 방황하지도 주님을 원망하지도 않았을 텐데요. 아마도 주님은 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먼 길을 돌아온 탕자처럼 스님을 통해서라도 저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려 하신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저의 나약함과 부족함, 욕심과 교만, 삶의 불평과 불만 등 모든 것이 제 탓이며, 주님을 믿지 못하고 살아온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주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인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하느님 나라에 사는 것임을 알고,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3-3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0

루카 4장 18절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엑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게 하셨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